인천시 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할 소방장비 개선이 요구된다. 당시 아파트 주차장 높이 때문에 소방차와 소방인력 진입이 어려워 화재 피해를 키웠기 때문이다.
12일 인천시와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높이는 2.3m이다. 이는 2017년 이전에 건축된 대부분의 아파트 주차장의 높이다. 반면 소방차의 높이는 일반적으로 2.8m이다. 방수포와 같은 특수 소방 장비가 장착돼 다른 차량보다 더 높다. 그래서 당시 전기차 화재 피해는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워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알려졌다.
그나마 소방차량 중 높이가 가장 낮은 차량은 산불진화용이다. 해당 차량의 높이는 2.3m이다. 그런데 이 차량조차도 경사로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지하주차장 진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차량 용도 역시 초기 대응에만 유용해 개선이 요구된다. 탑재 물양은 800L로, 최대분출량으로 맞춰 사용할 경우 1~2분이면 소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차량조차 소방현장에는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의 경우 총 11대가 있다. 이중 도서지역에만 7대가 배치돼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에서는 구경조차 어렵다.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주목받는 무인소방로봇 역시 현장에 보급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인천소방본부에 보유한 이 로봇은 미추홀소방서에 있는 1대가 전부다. 소방로봇은 탱크처럼 궤도를 장착해 울퉁불퉁한 지형과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대포 또는 송풍기를 장착해 원격조정으로 방화수를 뿜어낼 수 있다. 소방차와 소방인력의 접근이 어려운 지하주차장 같은 화재에 투입할 수 있는 소방장비인 셈이다. 다만 보급률이 낮다 보니 실전 배치를 위한 사례검증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전기차 화재처럼 1000℃ 가까운 곳에서 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인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와 같은 사고를 고려하면 소방장비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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