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에서 홍수로 다리가 무너지고 버스가 급류에 휘말리면서 최소 7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가 폭우가 예상돼 곳곳에서 산사태 위험 경보가 발령됐다.
9일(현지시간) 베트남 정부는 지난 7일 베트남 북부에 상륙한 태풍 야기로 인해 이날까지 49명이 사망하고 22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야기가 베트남 북부 주요 지역에 최고 시속 166㎞의 강풍과 300㎜ 이상의 폭우를 몰고 오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특히 북부 호아빈성·선라성에서는 무려 강수량이 430∼440㎜에 이르는 호우가 쏟아졌다.
북부 푸토성에서는 이날 베트남 북부 최대 강인 홍강을 지나는 퐁차우 철교가 무너졌다. 375m 길이의 이 다리는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홍수로 일부 교각이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리를 건너던 트럭 등 자동차 10대와 오토바이 2대가 강으로 추락했다. 구조 당국은 현장에서 3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나머지 차량 승객 등 최소 10명이 실종된 상태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다리가 무너지면서 앞서 달리던 트럭이 강물로 떨어지고 바로 그 뒤를 가던 오토바이가 간발의 차로 추락을 모면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담겼다.
오토바이를 몰고 이 다리를 지나던 팜 쯔엉 선(50) 씨는 요란한 굉음을 듣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깨닫기도 전에 강물에 떨어졌다며 물에 떠 있는 바나나 나무에 매달린 끝에 구조됐다고 관영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그는 "강바닥까지 빠져들어 가는 느낌이었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오전 북부 까오방성 산악지대에서도 승객 등 20명을 태운 버스가 산사태로 생긴 급류에 휩쓸렸다. 이후 버스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되고 생존자 1명이 구조됐다. 나머지 1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전날에는 북부 라오까이성 유명 관광지인 사빠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6명이 사망했다. 북부 호아빈성 산간 지역에서도 산사태에 주택이 매몰돼 일가족 4명이 숨졌다.
또 꽝닌성에서 5명, 하노이시에서 4명이 숨지는 등 여러 사망자가 산사태나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깔려 변을 당했다. 이 밖에 최소 299명이 부상했다.
산업계의 피해도 상당한 상황이다. 베트남 북부 제2의 도시이자 주요 수출항인 하이퐁시에서는 태풍 피해로 사업체 수십 곳이 이날 조업을 재개하지 못했다고 관영 일간 라오동이 전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공장의 지붕이 강풍으로 날아간 가운데 폭우가 쏟아져 공장이 침수되면서 공장 설비와 제품 등이 물에 젖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하이퐁 소재 LG 복합단지에 있는 LG전자 공장은 강풍에 벽이 무너지고 냉장고·세탁기 창고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수도 하노이에서만 나무 2만4807그루가 쓰러진 것을 비롯해 하이즈엉성 4만여그루, 박닌성 3만1860그루 등 지금까지 나무 12만1700그루 가까이가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관영 베트남전력공사(EVN)에 따르면 지난 7∼8일 가구 등 약 570만 고객이 태풍으로 정전 피해를 겪었고 이날도 북부 베트남 주민 약 150만 명이 전력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기상 당국은 향후 24시간 동안 북부 랑선성, 까오방성, 옌바이성, 타이응우옌성 등지에서 208∼433㎜의 폭우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북부 25개 성 중 꽝닌성 등 17개 성 130개 지역에서 폭우로 흠뻑 젖은 흙이 산사태를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베트남에 상륙한 태풍 중 야기가 가장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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