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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 범죄'로 퇴진…페루의 '일본계 독재자' 후지모리 前 대통령 사망

향년 86세…경제 살렸지만 인권침해 불명예

재임 중 학살로 징역 25년형 받아 사면 조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1996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재임 중 학살·납치 등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받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이 수도 리마에서 사망했다. 향년 86세.

11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그의 딸이자 페루 야당(민중권력당) 대표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아버지가 오랜 암 투병 끝에 방금 주님을 만나러 떠났다”며 “아버지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적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논란의 인물로 평가된다. 재임 기간 페루를 경제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인권 침해와 부패 혐의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수학과 교수와 대학 총장을 지냈다. 1990년 페루 출신 유명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요사(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임기 초반 국영 산업 민영화를 통해 경제 안정화를 추진하고 과감한 치안 정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2000년 학살·납치 등 각종 범죄와 비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에서 팩스로 사임서를 제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5년 재기를 위해 칠레로 입국했다가 가택 연금됐고 2007년 페루로 범죄인 인도된 뒤 2009년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이 형량은 이듬해 페루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17년 12월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 이후 여러 논란 속에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990년부터 2000년까지 페루를 통치했던 후지모리는 페루에서 여전히 매우 분열적인 인물로 남아 있다”며 “1990년대 그의 독재적 리더십은 오늘날까지도 페루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유산을 남겼고 그의 딸인 게이코는 우익 포퓰리즘 정치 운동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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