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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없는 제주도… 정부 "年1000만 관광객, 섬 특성 고려해 검토"

서울과 동일 진료권역…'빅5' 등 경쟁 밀려

제주도민 '원정진료' 비용 2393억원 달해

시셜 등 인프라 투자와 중증환자 비중 관건

15일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연평균 10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 응급의료 수요는 높지만 상급종합병원은 없었던 제주특별자치도에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말까지 진행하는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진료권역 재설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도 인구가 독립적 진료권역으로 지정되기 위한 최소 인구수인 10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섬이라는 특성과 활발한 관광수요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 차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전국 진료권역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제주시의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한라병원, 서귀포시의 서귀포의료원 등 종합병원들이 있지만 진료권역은 서울권에 포함돼 있다. 조귀훈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배를 타고 전남권으로 가기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게 환자들로서는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인구가 70만명이라 현재로서는 독립적 진료권역이 될 수 없다. 진료권역을 구성하기 위한 최소 인구는 100만명으로 해당권역 거주 환자가 권역에 있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비율이 40% 이상이어야 하고 환자 이동거리는 120분 이내여야 한다.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관내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서울 소재 병원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빅5’ 등 서울시내 대형병원들은 병상도 많고 의료진도 풍부해서 제주도 내 종합병원이 경쟁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탓에 제주도민들은 오랜 기간 원정진료를 떠나곤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제주에서 관외 진료를 떠난 환자는 2013년 9만491명에서 2022년 14만1021명으로 55.8% 늘었다. 관외 진료비는 2013년 814억7000만원에서 2022년 2393억원으로 193.7% 급증했다.

복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개선방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권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검토를 거쳐 내년 6월 예비고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조 과장은 “이후 의료기관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2026년 6월에 최종 고시를 하고, 8월까지 신청받아 11월까지 환자 조사를 한 다음 2027년 1월부터 새로운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제주도의 경우 섬이라서 의료환경에 특수한 면이 있다”며 “이동성 제한이 있고 연간 관광객 1000만명 이상인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만큼 응급실도 붐비는 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주 인구 1000명당 응급실 이용자는 175.6명으로, 전국 평균인 96.6명을 크게 웃돈다. 조 과장은 “다른 지역에는 관광객이 1000만명씩 가지 않는다. 제주도에서 관광객들이 응급실을 많이 차지하면 도민들이 갈 곳이 없어지므로 상급종합병원 지정에 참고할 것”이라며 “섬이라 태풍이 오면 응급환자 이송을 하지 못하는 특수성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인 시설·인력 등 인프라와 중증환자 비율 등을 맞추는 일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입원환자 중 중증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문제가 크다. 제주도 의료기관은 적은 상주인구와 외부 환자 유입 등의 문제로 인해 그간 대규모 투자도 쉽지 않다. 조 과장은 “제주도에 큰 병원이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 두 곳인데, 이 두 병원에 환자가 분산돼 치료받으면 환자 비율 기준을 충족할 수가 없는 형편”며 “교통정리를 통해 환자 비율을 맞출 것을 제주도청 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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