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의 관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차량 한대 당 판매 단가의 3.75%의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내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부품 관세를 내고 별도로 부품에 쓰인 철강 관세를 내지 않도록 중복 적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서 서명했다.
이같은 조치는 자동차 부품 관세 자체를 낮추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이나 부품은 일단 그대로 관세를 적용 받는다. 이에 따라 수입차 가격 상승, 이와 연계한 보험료, 수리비 상승 등 미국 경제 여파는 지속될 수 있다.
백악관은 29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자동차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외국 자동차와 부품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포고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완성한 자동차는 자동차 가격(MSRP)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25%의 부품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당국자는 자동차 업계가 아무리 노력해도 자동차 부품의 15%는 미국에서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 가격의 15%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 조치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각 차량 판매가격의 3.75%에 대한 비용을 상쇄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테면 1만 달러 짜리 자동차에서 15%인 1500달러에는 25%관세 만큼의 자금을 공제하는 식이다. 1500달러의 25%는 375달러이므로, 미국 내 차량 제조사는 1만 달러 자동차 한 대 당 375달러를 상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위당국자는 이날 포고문 서명 전에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번 정책을 부품 관세 부담을 줄이는데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크레딧’(credit)을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하는 것에 비유했다. 고위당국자는 “업체들이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15%는 관세 없이 외국에서 가져와서 자동차에 넣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제조업체가 자동차를 만들 때 부품의 절반은 북미 생산을 쓰고 50%는 그 외 수입 부품을 쓴다면 수입 부품 50% 전체에 대한 관세를 내는 대신 첫해에 (15%를 제외한) 35%에 대한 관세만 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첫해에는 상쇄 비율을 15%를 적용하고 두번째 해에는 상쇄 비율을 10%로 낮춘다고 했다. 그 다음 해부터는 상쇄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2년 내에 자동차 공급망 재편을 마무리 지으라는 취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더 많은 생산을 복귀하도록 장려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앞서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중복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별도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르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국경 관세와도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 백악관은 “이런 관세가 동일한 품목에 적용되면서 누적 효과를 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그렇게 될 경우) 관세율이 의도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초과하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외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연구개발(R&D)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백악관은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더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은 강력한 방위 산업 기반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관세는 오는 5월 3일부터 자동차부품으로 확대 적용된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조치를 환영했다. 제너럴 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바라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GM과 같은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미국 경제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CEO 짐 팔리는 성명을 통해 “포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 결정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 소비자에게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차를 생산하는 미국과 해외 기업에 한정된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 자동차 가격 상승 등 부작용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분석가인 에린 키팅은 “소비자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며 “각 자동차 제조업체가 가격 퍼즐을 다르게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번 부담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여전히 상당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수천 달러 인상되고 수리비와 보험료도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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