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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50만…외국인 관광객이 韓 경제 살리나

기존 최대 2019년 넘어 年 2000만명 가능성

1분기 명동 외국인 카드매출도 1.7배 급증

3분기 중국인 무비자 정책 시행 기대감도 커져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55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55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쇼크에서 부활하며 비상계엄 및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위기에 몰린 한국 경제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관광지인 서울 명동의 1분기 외국인 카드 매출은 2019년의 1.7배로 불어났다.

2일 관광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방한 외래 관광객 수는 550만 명을 훌쩍 웃돌며 이전까지 역대 최대치였던 2019년을 뛰어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4월 방한 외래 관광객은 총 547만 7312명이었다. 2019년과 비교해 3월 이후 방문자 수가 늘어난 것이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올 3월 외래 관광객 수는 약 161만 명으로, 153만 명이던 2019년 3월보다 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외래 관광객 수는 2019년 1750만 명을 넘어 꿈의 200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 중구 명동, 종로구 삼청동 등 인기 관광지 매출도 늘었다. 서울경제신문이 BC카드 신금융연구소와 협업해 외국인 관광객 63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명동 상권 매출은 2019년의 1.7배로 급증했다. 북촌·경복궁 인근에 위치해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삼청동은 헌법재판소 인근이라 탄핵 재판 당시 집회 시위에 몸살을 앓았는데도 2019년 매출보다 3%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을 위시한 K컬처가 유행하면서 관광객의 국적 구성이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월 말 기준 55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오승현 기자


삼청동 청국장집에 히잡 쓴 여성들…한밤 폐시설 도는 '오싹 투어'도 등장

■달라진 한국관광 풍경

패키지 대신 일상·문화체험 선호

명동 맛집에 100m 넘는 대기줄

분식집서 번역 앱으로 주문하고

삼청동·성수동 등 골목골목 누벼

등산도 인기 여행코스 자리매김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 거리는 초입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매출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올리브영 명동타운점은 10곳의 창구에서 동시에 계산이 이뤄져 대형마트를 방불케 했다. 3층 규모로 자리 잡은 명동교자 신관 건물 밖에는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인근 호텔 ‘소테츠프레사인명동’ 로비에는 관광객들이 맡긴 캐리어가 가득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다양한 국적의 투숙객이 늘었고 특히 중국인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며 “팬데믹을 거치며 오랫동안 저조했던 객실 예약률이 최근에는 평일 80%, 주말에는 90%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강수 명동거리가게회 총무는 “탄핵 선고 이후 여행객이 20~30% 늘었다”며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골든 위크’가 겹쳐 회복세가 더욱 뚜렷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을 지나고 있다. 황동건 기자


이런 변화는 명동만의 풍경이 아니다. 같은 날 전통 관광 명소인 서울 삼청동에도 활기가 뚜렷했다. 경복궁 인근이 4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영향이다. 점심 무렵 찾은 한 분식집은 일찌감치 만석이었다. 가게 내부에서는 동남아시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번역기 앱을 켜 놓고 음식을 주문했고, 서양인 노부부는 가게 바깥에 서서 떡꼬치를 먹고 있었다. 히잡을 두른 중동계 외국인들이 청국장집을 찾는 장면도 낯설지 않았다. 특유의 식감과 향 탓에 외국인이 꺼리던 떡볶이나 청국장이 자연스레 외국인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셈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중국 단체관광객도 다시 깃발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외국인의 소비가 방문객 수보다도 빠르게 회복된 데는 한국 관광의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매력적으로 변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관광업 현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이전보다 한국만의 특성에 주목하는 사례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는 패키지 대신 배낭을 메고 출발하는 자유여행이 늘어난 최근의 트렌드도 한몫했다. 한 서촌 한복 대여점 사장은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진하고 어색한 색상의 한복을 많이 입었다면 요즘은 한결 단아하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면서 “단순한 동양풍이 아니라 ‘한국다움’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인력거를 몰며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 ‘나루(가명)’ 씨는 “여전히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도깨비’나 ‘호텔 델루나’ 같은 콘텐츠 기반 장소를 알고 찾아오지만 예전보다 더 문화적인 깊이를 원하는 경향이 느껴진다”고 했다.

서울 중구 명동 CU 편의점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많은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박민주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은 이제 서울의 낯선 구석까지 파고든다. 전통적인 관광지보다 현지인의 일상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한국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성수동이 대표적 사례다. 이미 2011년 폐장한 놀이공원인 ‘용마랜드’나 1970년대 석유를 보관했던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같은 폐시설도 여행자들의 비밀 명소로 회자된다. 세계 최대 여행 플랫폼 트립 어드바이저에는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대에 서울의 으슥한 곳만 돌아다니는 이색 투어 상품도 등장해 호평을 받고 있다. 등산 역시 외국인 유행 코스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관련 장비를 대여해주는 서울등산관광센터를 찾은 외국인의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 2000명을 넘겼다.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북한산센터 외국인 방문객은 1742명으로 내국인의 2배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꼭 찾아야 할 식당으로 꼽히는 명동교자 신관을 방문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박민주 기자


편리한 대중교통망과 치안, 외국인에게 친절한 한국 특유의 문화도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대만에서 온 마크(45) 씨는 “한국인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 어려움을 겪으면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몸짓을 섞어가며 도와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자정 작용도 주효했다. 이강수 명동거리가게회 총무는 “외국인들이 그간 바가지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상품에 가격표를 부착하고 있다”면서 “쓰레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대마다 50ℓ 종량제 봉투를 걸어뒀고 구청과 협의해 닭꼬치 등을 먹고 걸어가는 손님들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이 안내원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오승현 기자


"편의점이 어디죠" 헷갈리는 지도앱…지하철 등 해외 신용카드 사용 안돼 불편

■여전히 문턱 높은 관광시스템

길찾기·결제·음식배달 등 곤란 겪어

일부 바가지 요금에 얼굴 붉히기도

지난해 관광객 불편신고 71% 증가

“실례합니다. 혹시 편의점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부를 걷던 독일인 마르셀(28) 씨는 더운 날씨에 음료수를 사고 싶어했지만 지도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길을 멈춰야 했다. 담장 너머 불과 500m 거리를 사이에 둔 편의점을 혼자 힘으로 찾지 못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한국 기업의 지도 앱을 사용해야 여행이 원활하다는 점을 그도 알았지만 언어 입력에서부터 장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와 동행한 마티아스(26) 씨는 “키워드 오입력을 구글만큼 원활하게 보정하지 못하는 데다 광고 요소가 많아 엉뚱한 가게를 연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장소를 한국산 앱에 저장해두려면 로그인을 요구하는 점도 불편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마주한 한국 관광 시스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이제는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결제 환경도 이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인 블레이크(32) 씨는 “어디서든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아 막막했다”면서 “매번 티머니를 충전하는 작업은 번거롭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한국에서 원활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통요금뿐만 아니라 장거리 여행에 필수인 기차역 로커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통화가 가능한 심카드가 없으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도 난관에 부딪힌다. 각종 앱 사용 시 주민등록번호나 한국 휴대전화·신용카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 지역이나 업종에서는 관광객을 겨냥한 ‘바가지요금’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마르셀 씨는 “아침 6시에 우버가 작동하지 않아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지만 기사가 우장산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가는 거리에 5만 원을 달라고 했다”면서 “결국 가격을 2만 5000원으로 협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여행객 수가 회복되면서 이들이 각종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고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 불편 신고 접수는 1543건으로 집계돼 2023년 902건 대비 71.0%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165건보다도 32.5% 많은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쇼핑이 398건으로 25.8%를 차지했다. 이어서 택시(20.0%) 숙박(16.7%) 순으로 불편 신고가 많았다.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


中관광객 100만명 늘면 '3조 효과'…무비자 시행땐 경제 구원투수로


3분기 시범 시행을 앞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범 사업이 유커(遊客)를 한국으로 다시 끌어모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씩 늘어날 때마다 2조~3조 원의 관광 수입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무비자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한국 경제에 숨통을 틔울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방한 관광객 18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이 중 중국인 관광객 536만 명을 끌어올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 ‘중국인 관광객 회복 지연 원인과 시사점’에 따르면 한한령에 따른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 이전인 2014~2016년의 615만 명 선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경우 관광 수입은 약 90억 달러(약 12조 8700억 원)로 예측됐다. 2023년 관광 수입이 약 33억 달러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중국인 관광 수요는 정부의 예상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정책이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기 때문이다. 현재 관광 목적으로 중국인 개인이 한국 입국사증을 받기 위해서는 약 6일이 소요된다. 체류 기간이 3개월 이내일 경우 심사 수수료는 420위안(약 8만 2000원)이 든다. 여기에 단순 일반 관광 비자를 신청하려 해도 재직 증명서, 은행 거래 내역서, 개인 소득세 납부 증명 등 재정 능력 입증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전문가들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예상한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2월 중국에 대한 무사증을 도입한 싱가포르는 전년 대비 중국인 관광객이 124% 증가하며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역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100만 명 늘어날 때마다 국내총생산(GDP)이 0.08%(2조 400억 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 만큼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사증 조치를 통해서 경제적 효과를 배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단체관광 전담 여행사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신규 여행사 14곳을 지정해 총 182개의 전담 여행사가 운영 중이다. 한 전담 여행사 관계자는 “3분기 시행을 앞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여행사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싼 가격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덤핑 관광’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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