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두 번째 시공사 재신임 투표에서 대우건설의 시공권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우건설이 고도제한 완화 등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시공사 교체 시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 조합원들이 대우건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은 GS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해제하고 약 1년 반 만에 재선정에 나섰지만 아무런 건설사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 852명 중 439명은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 유지에 찬성했다. 반대는 402표, 기권은 11표로 집계돼 대우건설은 단 37표 차이로 한남2구역 시공사 지위를 지키게 됐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272-3번지 일대 11만 5500㎡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2022년 시공사로 선정됐을 당시 남산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층수 상향을 약속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조합은 2023 9월 대우건설의 시공사 유지 여부를 묻는 첫 번째 투표를 진행했다. 대우건설은 찬성 4 대 반대 3 정도의 비율로 재신임됐다.
이후 대우건설은 대안으로 구역 내 관통도로 폐지와 블록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 초 한남뉴타운의 교통량을 고려할 때 관통도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며 조합 내부에서는 대우건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결국 두 번째 재신임 투표까지 이어졌다.
일련의 잡음에도 조합이 대우건설의 시공사 유지를 선택한 것은 시공사 교체 시 사업 지연과 이로 인한 사업비 상승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남2구역은 지난해 연말 용산구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다.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비로소 이주와 철거를 할 수 있어 정비사업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시공사를 교체하게 되면 관리처분인가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새 시공사 선정 단계를 다시 밟아야 해 사업 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금융 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도 시공사 교체 시 2698억 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워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시공사 변경 문제가 사라진 만큼 조합은 이르면 6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후 하반기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마감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수주에 관심을 보이던 HDC현대산업개발, 현대엔지니어링, 한화 건설부문 중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은 노원구 상계동 721번지 일대 상계주공5단지 아파트를 996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한국자산신탁이 시행을 맡고 있다. 상계주공5단지는 앞서 2023년 1월 GS건설과 공사비 3342억 원(3.3㎡당 650만 원)에 시공 계약을 맺었지만 같은 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주민들이 인당 5~6억 원 수준의 분담금과 불리한 계약 조건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위원회가 이번 시공사 선정에서 공사비를 3.3㎡당 770만 원으로 올렸음에도 건설사들이 외면한 것은 부족한 사업성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는 현재 주택형이 전부 전용 37㎡의 소형 평수여서 대지지분이 낮다. 재건축 후 생길 996가구 중 153가구는 임대주택으로, 조합원 물량(약 830가구)를 제외하면 일반분양 물량이 약 10가구에 불과하다. 사업 지연 기간 동안 공사비가 상승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은 2023년 당시보다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사업위원회는 재입찰 시기 등 향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사업성 보정계수’를 활용해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사업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다. 사업성 보정계수는 공시지가가 낮은 재건축 사업장의 임대주택 물량을 줄여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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