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여파에도 1분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현재 (고객들의) 주문 약화 징후가 없다”면서 “관세와 관련, 주문과 포트폴리오 덕분에 더 나은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냐 CEO는 관세 여파에 따른 가격 인상에도 미국 내 수요가 여전히 “뜨겁다”고 평가하면서 “내년까지 꽉 찬 주문에 취소도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제품을 전량 생산하는 페라리의 전체 판매량 중 미국 시장 비중이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입차 관세(25%)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페라리는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지난달 2일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의 가격을 최대 10%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페라리는 1분기 인도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 정도 증가에 그쳤지만, 고객별 맞춤형 차량 수요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3% 늘어난 5억4200만 유로(약 8590억 원) 이상, 이윤율이 29% 이상 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번스타인의 스티븐 라이트만 애널리스트는 “다수 자동차업체 등이 미국 관세 여파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가이던스를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페라리는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의 다른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1분기에 하이브리드 신차 모델 수요 등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한 8억9520만 유로(약 1조418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의 1분기 영업이익은 32.8% 늘어난 2억4810만 유로(약 3931억 원)였다. 1분기 전체 차량 인도량은 2967대였고, 미국 인도량은 21% 증가했다. 슈테판 빈켈만 람보르기니 CEO는 “1분기 실적은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반면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4월 독일·영국 판매량은 2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독일과 영국의 테슬라 신차 등록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62%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4월 영국 판매량은 512대에 그쳤다. 유럽 내 전기차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 행보에 따른 반감, 미국의 관세 정책, 유럽 내 신차 출시 지연 등이 테슬라 수요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이밖에 다른 미국 전기차업체 리비안은 1분기에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관세 여파 속에 올해 차량 인도 목표를 줄이고 자본 지출 목표는 늘리면서 “글로벌 무역·경제 환경 여파에서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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