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바이든 정부 때 예고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철회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 때의 ‘AI확산 프레임워크’ 라는 제목의 AI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라며 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들도 블룸버그에 “이달 15일 발효될 예정이었던 이 정책은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규정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확산 프레임워크는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발표된 것이다. 전 세계 국가를 ▲한국 등과 같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 ▲일반 국가 ▲중국, 러시아, 북한 등과 같은 우려 국가 등 3개로 나눠 차별적으로 AI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하는 방식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 및 파트너국에는 수출 제한을 두지 않았고 일반 국가에는 수출 상한선을 설정했다. 우려 국가에 대한 수출은 통제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도입 당시 반도체 기업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미국산 AI반도체를 구하지 못한 나라들이 결국 중국산 AI반도체에 기댈 것이며, 이는 결국 중국의 AI 발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란 우려도 컸다.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은 지난달 중순 러트닉 장관에 서한을 보내 이 규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기업의 주가는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3.1%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7%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주 중동 순방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일반국가로 묶여 AI반도체를 수입할 시 상한선을 부과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지난달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가 AI 반도체 프레임워크를 폐기하고 정부간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3월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향후 각국과의 무역협정에 이러한 우회 수출 통제를 포함하려 한다고 밝혔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협정에서 AI 반도체 수출 문제를 끌고 올 경우 한국에는 불리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때의 정책에서 한국은 동맹국으로 묶여 미국산 AI반도체 수입에 아무 제한이 없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무역협상에서 다른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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