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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무산됐다"…부실 국책사업 역풍[Pick코노미]

현대건설 '공기 2년 연장'

국토부 "수의계약 중단할 방침"

전문가 "예견된 票퓰리즘 역풍"

조단위 공사비에 국가재정 타격

"정치논리 아닌 수요 기반 판단해야"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 제공=국토교통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항 부지 조성 공사에만 최소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최종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면서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공사 기간인 84개월보다 24개월 더 늘어난 것이다. 공기가 늘어나면 사업비도 증가하기 때문에 사업성도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게 건설 업계의 평가다. 선거 때마다 사업성도 없는 초대형 국책 공사를 앞세워 일단 표를 따낸 뒤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떠안기는 우리 정치권의 관행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날 국토교통부에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 연장의 필요성 등을 담은 설명 자료를 제출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남산의 세 배에 달하는 산봉우리를 발파하고 파도가 최대 12m에 달하는 해상을 매립해야 하는 난도 높은 공사”라며 “안전과 품질을 고려한 적정 공기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 사업은 처음부터 경제성이나 실현 가능성보다는 선거철 지역 표심을 의식해 추진된 선심성 정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덕도신공항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부권 신공항 추진’ 공약에서 시작돼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성과 안전성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특별법 제정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부활한 데 이어 부산 엑스포 유치와 맞물려 재추진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정확한 소요 비용을 다시 계산해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중단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기본 설계를 토대로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의 난도와 경제성 부족으로 과거 네 차례 유찰됐던 전례를 감안하면 다시 경쟁이 성립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늘어난 사업비에 현대건설 ‘백기’…수의계약 절차 중단


무엇보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수주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터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13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됐던 사업비는 현재 얼마가 더 들어갈지 예상하기도 어렵다는 게 건설 업계의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이 공사 기간을 기존보다 2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만 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짓는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힘을 싣기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6개월을 당겼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뉴스1


건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실격 처분(DQ)’ 조치를 하고 재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기 지연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여름철에 태풍이 오게 되면 초비상인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면 공항을 튼튼하게 지어야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파손이 나면 공사 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공사비도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새만금 공항·서부경남 KTX 경제성 떨어져…주먹구구 예타면제 후 표류 속출


더 큰 문제는 주먹구구로 밀어붙인 SOC 사업들이 국가 재정 건전성에 막대한 부담을 안기게 된다는 점이다. 2019년 예타 면제를 받아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국제공항이 대표적 사례다. 예타 면제 전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분석은 0.479로 기준치인 1을 밑돌았다. 국토부는 이용객 수요를 연 60만 명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여기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당초 8000억 원대였던 공사비는 현재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던 서부경남 KTX와 문재인 정부 시절 남과 북을 잇겠다며 추진된 강릉~제진 동해북부선도 모두 예타를 면제받은 뒤 추진되다가 표류하면서 혈세를 낭비한 사업들이다.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은 이미 급격히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다. 2021년 970조 7000억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4년 1175조 2000억 원으로 뛰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역시 이 기간 43.7%에서 46.1%로 상승했다.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전 세계가 뛰어든 인공지능(AI) 투자 경쟁, 에너지 전환까지 재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엉뚱한 사업에서 국가적 자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기면 신용등급 절하를 각오해야 한다”며 “대선 과정에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 건전성 사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선심성 SOC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B/C 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예타 면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정욱 국립한국교통대 교수는 “표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공항 건설 계획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정확한 수요 예측에 기반해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건설 여부를 결정하고 정치적 외압을 막을 수 있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 체계를 더 늦기 전에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해 예타 면제를 강행한 사업들이 재정 부담과 사업성 미비로 잇따라 좌초되면서 정부 내부에서도 예타 면제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특별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예타 면제를 압박하고 있다. 해당 건설 사업(11조 2999억 원)은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0.483에 그쳤는데 1이 넘지 않아 경제적 효용보다 비용이 더 큰 사업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올해 핵심 추진 과제 중에 달빛고속도로 예타 면제가 포함돼 있다.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재정 건전성과 수요 분석을 동시에 고려하면 예타 면제를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예타 제도 자체의 실효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재정 당국의 입장이다.

건설업 생산·투자 4분기째 하락…대형 SOC 좌초 위기에 경기 부담 ↑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 분야 생산과 투자가 모두 줄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까지 집행이 지연돼 경기 회복에 부담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공사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 자료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공사 기한이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 사업비가 무려 1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던 만큼 사업이 좌초될 경우 경제성장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설업 분야는 최근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은 지난해 2분기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후 같은 해 3분기(-9.1%), 4분기(-9.7%)에 이어 올해 1분기(-20.7%)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건설기성 부문 역시 지난해 2분기 –1.3% 하락한 후 지난해 3분기(-7.9%)와 4분기(-8.7%), 올해 1분기(-20.1%)까지 연달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공공 발주 부문에서는 2023년 4분기(-5.5%)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2.7%) 깜짝 반등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5.3%로 돌아섰다.

부진한 건설 경기는 경제성장률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2%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3.2%를 기록해 설비투자(-2.1%), 수출(-1.1%)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가장 낮았다.

부진한 건설 경기에 정부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는 자동차·철강·건설업 등 고용 현안 업종을 대상으로 ‘고용 둔화 대응 지원’ 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사업 대상에는 미국 관세정책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자동차·철강 외에 건설업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부 입장에서도 건설업 부진으로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서 일용직 고용이 줄고 실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업 동향이 등락을 반복하기보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지역 건설 경기 보완을 위한 SOC 예산 8000억 원이 추경에 추가로 반영되기도 했다. 애초 정부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SOC 건설, 신축 매입 임대 등 임대주택 공급 사업 등이 추가된 것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SOC 사업이 지체된다면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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