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그 질문을 던지기 전에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지에 답해야 한다.
도시는 기능적인 동시에 아름다워야 한다. 두 요소 중 하나만 없어도 허무하거나 삭막한 도시가 된다. 과거에는 인프라와 자본이 도시 경쟁력의 기준이었으나 오늘날 세계 주요 도시는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창의적인 디자인이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은 디자인을 활용해 도시를 변화시켜나가고 있다. 헬싱키는 ‘디자인 수도’라는 비전 아래 시민과 함께 공공 공간을 재구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빌바오는 단 하나의 미술관 구겐하임을 통해 쇠락한 항구도시를 세계인이 찾는 문화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 프로젝트’는 도시 디자인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밀레니엄 파크는 1990년대 후반 도심 한복판의 낡은 철도차량 기지와 주차장을 문화 공원으로 바꿨다. 2004년 개장 이후 시카고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 잡은 이곳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음악당, 애니시 커푸어의 ‘클라우드 게이트’ 조형물 등 도시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자인을 도시 회복과 경제 전환의 마중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도시 디자인 전략의 전환점이자 도시 재생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DDP가 들어선 동대문운동장 부지는 본래 조선시대 훈련원(訓練院) 자리와 한양도성이 지나는 곳으로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경성운동장으로 조성됐다. 하지만 황금기를 누렸던 동대문 상권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패션몰 공급과잉과 온라인 쇼핑몰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상권 전체가 활기를 잃기 시작했고 동대문운동장의 시설 노후화와 활용도 저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대문운동장 디자인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추진됐다.
서울은 역사적 건물들과 현대적 빌딩들의 복잡한 얽힘 속에 DDP라는 미래지향적 건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개관 당시 ‘환유의 풍경’이라는 비정형 건축의 파격적인 형태와 예산으로 논란도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연간 1700만 명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됐다. 또한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 사업의 구심점이 됨과 동시에 시민에게 디자인 문화 향상을 위한 허브가 되고 있다. 이처럼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개선을 넘어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 도시 브랜드 구축과 정체성 회복, 공동체 형성에 이르기까지 도시 전반을 혁신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디자인은 동대문운동장의 부지처럼 공공 공간의 재설계를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목한다. 걷기 좋은 거리, 쉴 수 있는 광장, 문화가 흐르는 공간은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커뮤니티 형성과 안전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설계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이 된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건축, 탄소 저감형 설계 등은 도시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전략으로 완성된 디자인은 도시 이미지의 핵심이며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관광과 산업 유치를 이끈다. 어떤가. 이처럼 훌륭한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도시의 미래는. 서울은 이미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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