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폭언과 갑질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정지된 뒤 계약이 해지된 홈쇼핑 쇼호스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회일)는 쇼호스트 A 씨가 대기업 계열 홈쇼핑 B 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이달 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홈쇼핑사가 쇼호스트에게 방송 대본을 주지 않고 쇼호스트 개인이 역량을 발휘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업무 수행 방법이 있을 수 없다”며 “회사가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 씨는 2005년 B 사에 쇼호스트로 입사한 뒤 퇴사했으며 2017년부터는 회사와 주기적인 위촉 계약을 맺고 쇼호스트로 활동했다. 그러다 2023년 6월 B 사는 언론사를 통해 A 씨가 후배에게 갑질했다는 문의를 받았고 사건 조사 끝에 위촉 계약을 해지했다.
A 씨는 “회사의 일방적인 프리랜서 전환 후에도 업무 수행 방식은 종전과 거의 동일했다”며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서면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해고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회사가 방송 일정을 알려주면 쇼호스트가 출연하는 식으로 업무가 정해지기는 했으나 쇼호스트는 방송 일정 수락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며 “무제한적 선택권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쇼호스트가 회사 지시에 구속되는 관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촉 계약을 맺은 쇼호스트는 계약 종료 후 자유롭게 다른 홈쇼핑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며 “계약 해지와 재계약에 있어 충분한 선택권이 보장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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