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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엉망진창” 세계라면축제가 드러낸 도시브랜드의 위기[부산톡톡]

[기자의 눈] 부산=조원진 사회부 기자





글로벌 도시를 지향해온 부산이 단 한 번의 민간 축제로 인해 도시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세계라면축제’가 운영 미숙 등으로 큰 혼란을 빚으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원성이 거세다. 입장료 1만원을 내고도 방문객들은 “뜨거운 물도 없다” “만원 주고 난민 체험했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축제는 미흡한 준비와 부실한 운영, 행사 프로그램 취소 등으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 평점은 5점 만점에 0.7점까지 떨어졌고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온라인상에는 ‘부산=엉망진창’이라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 한 번의 민간 주최 축제가, 부산시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도시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데 있다.

부산은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공공 자원과 예산을 투입하며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해왔다. 한류와 K콘텐츠를 발판 삼아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축제 하나로, 그간의 노력이 단숨에 조롱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났다.



물론 모든 민간 행사를 부산시와 구·군이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이상, 부산시는 그 브랜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책임이 있다. 단순히 장소 사용을 허가하는 수준을 넘어,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행사에 대해선 도시브랜드의 관점에서 사전 평가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콘텐츠의 질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공동 주관 여부를 검토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 해외 주요 도시에서 일반적인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 런던은 민간 주최 행사가 시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전에 검토하며 미국 뉴욕은 행사 조정·관리국을 통해 모든 대형 행사를 통합 관리한다. 프랑스 파리는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민간행사에 대해 도시 문화와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하는지 사전 심사를 진행하며 일본 도쿄 역시 공공시설 이용 시 콘텐츠 적합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도시들은 도시브랜드를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민간과 공공이 도시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앞으로는 부산시와 민간이 하나의 도시 정체성을 공유하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브랜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행사 기획 단계부터 홍보, 운영, 사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또 다른 ‘라면 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축제가 아니라 도시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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