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잇달아 발표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 통화가 '빈손 합의'로 끝난 뒤 이뤄진 독자적 행보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27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제17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공식 채택했다. 최종안에 따르면 G7이 시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우회하는 데 활용되는 '그림자 함대' 유조선 189척이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 이로써 제재 대상 유조선은 342척으로 늘었다.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법인 31곳도 제재 대상이 됐다. 러시아 외에 튀르키예,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 등 제3국 업체도 포함됐다. 특히 러시아 정부에 막대한 에너지 판매 수익을 제공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수르구트네프테가즈도 개별 제재 명단에 추가됐다.
같은 날 영국도 그림자 함대 유조선과 우크라이나 민간 지역 공격에 사용된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무기 공급망을 겨냥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크렘린궁 자금 지원을 받는 소셜디자인에이전시 소속 직원 14명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제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전화통화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직후 발표됐다. 로이터는 "유럽 정상들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재 강화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으나 미국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EU와 영국은 추가 제재 준비에도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더 낮추는 방안을 G7 틀안에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동참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각국은 이날도 미국의 러시아 압박 동참을 촉구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가 무조건적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액션이 있을 것이란 발표가 미국에서도 있었다"며 "그런 말을 한 모든 당사국들이 강력한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러시아에 바라는 건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조건없는 즉각적인 휴전"이라며 "미국 동맹들이 러시아의 휴전 거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폴 욘손 스웨덴 국방장관은 "러시아 측에서 실제 협상에 관여하겠다는 진지한 의도가 부족하다는 점이 꽤 명백해 보인다"며 제재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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