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약속한 게 있습니다. 김새론 씨와 처음 미팅했을 때 제가 ‘조금 힘든 상황인 것 안다, 내년 5월 말경에 (영화를) 개봉하겠다, 그때 (이번) 독립영화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이선정 감독이 고(故) 김새론의 유작 ‘기타맨’ 개봉을 앞두고 “(김새론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기타맨’(감독 김종면·이선정)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배우 겸 감독 이선정과 김종면 감독이 자리했다.
이날 이 감독은 주변의 만류에도 김새론의 열정에 반해 그를 기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만류가 없었던 건 아니다”라고 운을 떼며 “촬영을 해 놓고 영화 개봉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하더라. 이건 굉장히 위험한 모험이라고 말리는 분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새론은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 이후 연극 ‘동치미’ 등을 통해 복귀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김새론을 기용하는 게 영화 개봉을 하지 못할 수 있을 정도로 제작진 입장에선 큰 리스크였던 셈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새론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미팅하면서 새론 씨가 영화에 열정을 보였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보고 왔고 ‘제가 참여해도 될까요’ ‘다음에는 시나리오 수정을 어떻게 해볼까요’ ‘제가 아이디어 낼까요’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안타까웠다. 더 좋은 영화에 얼마든지 출연할 수 있는 친구가 내 영화에서 이런 열정을 보여주는 게 감사했고, 걱정도 됐지만 이 부분은 내가 밀어붙였다”며 “그때 그 미팅, 그 열정, 해맑게 웃는 모습 때문에 내 소신대로 한 것 같다”고 재차 고마움을 표했다.
이 감독은 ‘기타맨’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김새론을 ‘프로 연기자’라고 칭했다. 그는 “새론 씨가 당시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촬영 당시) 차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다. 사람 피하려고 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기한 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엔지(NG)가 거의 없었다. 연기할 때 만큼은 전문적이었다. 또 해맑고 즐겁고 신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전날까지도 김 감독과 함께 편집 작업을 했다고 밝힌 이 감독은 “(편집) 작업을 하면서 새론 씨 얼굴을 봐야 했던 점이 제일 힘들었다”며 “작업하면서 새론 씨의 얼굴을 보는데 잊을 수가 없었다. 편집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게 보는데 저와 같이 있던 모습을 보니 나중에 꿈에도 나왔다. 편집하면서 1000번을 봐도 새론 씨의 사연은 안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기타맨’은 고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 분)의 상실과 사랑을 그린 음악 영화다. 이달 2월 유명을 달리한 배우 김새론의 유작이기도 하다. 김새론은 기철이 합류하게 된 라이브 밴드 ‘볼케이노’의 키보드 연주자 유진 역을 맡았다. 유진은 현실에 힘들어하는 기철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역할도 한다.
한편 음주운전으로 자숙 기간을 가졌던 김새론은 지난해 ‘기타맨’ 촬영을 통해 연기를 재개했다. 그해 11월 모든 촬영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던 그는 지난 2월 16일 향년 25세로 세상을 등졌다. 이후 고인의 유족 측이 미성년자 시절 배우 김수현과 교제 의혹을 폭로하는 등 김수현 측과 대립하면서 양측의 관련 고소·고발 총 10건이 진행 중이다. 고인의 마지막 연기를 담은 ‘기타맨’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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