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신청에 쓴 비용을 꼭 소송을 통해서만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대인에게 줄 돈이 있다면, 거기서 그만큼을 빼는 방식으로도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건물임대차 계약 해지 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벌어진 비용 정산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임대인인 원고는 2020년 5월 아파트를 보증금 2억 원, 월세 50만 원 조건으로 피고에게 임대했고, 계약은 2022년 5월 종료됐다. 이후 계약 해지 과정에서 원고는 연체된 월세와 원상복구 비용(인터폰 재설치, 벽면 보수 등)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자신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과정에서 먼저 부담한 비용이 있다며 “그만큼은 임대인에게 줄 돈에서 빼고 계산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1·2심은 “해당 비용은 별도 소송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만 돌려받을 수 있다”며 임차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8항은 임차권등기 관련 비용을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청구 방식이나 절차는 따로 정해두고 있지 않다”며, “임차인은 반드시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임대인에게 줄 돈에서 그 비용을 빼는 식으로도 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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