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4일 비(非)법조인 임용을 통해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당내 일부의 입법안에 대해 “섣부르다”며 “신중하게 논의를 거쳐서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개별 의원들의 입법 제안에 불과하며 민주당이나 제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법관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원은 최고 법원으로 대통령·국회의원의 당선 효력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자리에 비법조인을 앉히자는 법안까지 추진하니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 신뢰가 훼손된다”고 반대하는 것이다. 압도적 다수당으로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만일 대선에서 승리해 행정부를 거머쥐고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켜 진보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학자들을 대법관에 임용한다면 삼권분립 원칙이 허물어질 우려가 있다. 이 후보가 26일의 전국법관대표회의와 다음 달 3일의 대선을 앞두고 박 의원안에 제동을 걸었지만 선거 후 해당 법안이 재추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은 대선을 앞두고 한층 심화하고 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최근 도입하려는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법관을 포함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최근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등 12명의 대법관을 상대로 초유의 국회 청문회까지 열었고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탄핵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내란·외환 혐의 이외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의 형사 재판 절차를 정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이러니 이 후보의 각종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위인설법(爲人設法)’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삼권분립 수호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사법부 겁박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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