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후반 중도층 공략 카드로 ‘경제’를 다시 꺼냈다. 성장과 통합에 대한 비전을 공개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없이 곧장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TF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직면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상 파고와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가 가뜩이나 힘든 민생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벼랑 끝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고 멈춰선 성장 엔진을 재가동해야 한다”며 “즉시 실행 가능한 민생경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불황과의 일전을 치른다’는 신념으로 내수 침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침체 장기화로 생산도 소비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나서 효율적인 경기 진작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국가 재정이 마중물이 돼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되살리고, 국민 삶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어려움을 넘어 다가올 미래도 함께 준비해 스스로 창조하는 힘을 기르는 ‘진짜 성장’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이나 딥테크 같은 첨단산업과 미래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본인의 대표 공약인 ‘에너지 고속도로’도 에너지 대전환에 대한 대응 정책으로 재차 소개했다.
첨단산업에 대해선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규제개혁을 담당할 별도 기구 운영 계획 방침도 밝혔다. 이 후보는 “첨단산업 분야는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국제경쟁이 치열해서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규제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면서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제, 꼭 하지 않아도 될 규제는 철폐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경제는 철저히 실용적이어야 한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면서 ‘경제의 이념화’를 경계했다. 이 후보는 “원전도 필요하면 쓰고, RE100에 대응하려면 재생에너지도 확충해야 한다. 경제가 살 길을 찾아야지 진영 논리로 몰아선 안 된다”고 국민의힘을 향해 경고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흔들리지 않는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의 중도층 공략은 경제에 한정하지 않았다. ‘통합’에 대한 의지도 재천명했다. 우선 보수 진영에서 공격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에는 단호히 경계했다. 이 후보는 “권력을 남용한 정치보복의 해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야말로 무도한 분열의 정치를 끝낼 적임자”라며 “대한민국 체제와 국민 생명을 위협한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되, 특정인을 겨냥해 과녁으로 삼는 정치 보복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검찰·사법 개혁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도 “갈등적 요소가 적은 시급한 국민의 삶 관련 문제에 우선 집중하겠다”면서 “사법개혁 문제는 거기엔 속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정부’ 인사 기준으로는 △능력 △청렴 △충직함 등을 꼽으면서 “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과 진영이 뭐가 중요하나. 유용한 정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쓰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이날 기자간담회를 보고 민주당 내부에선 ‘이재명표 실용주의’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선 급한,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한다는 이 후보 특유의 행정 감각이 간담회를 통해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사법·검찰 개혁은 후순위로 미룬 것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 간 보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이준석 후보도 국민의힘의 대표를 했고, 밀려나왔을 뿐 본인 스스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준석 후보도) 다시 합쳐서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당연히 단일화 될 것으로 보고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를 ‘내란 프레임’으로 묶으면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후보는 26일 대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집중유세를 펼친다. 29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대한 독려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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