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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장악' 베네수엘라, 총선 투표율 12%…"어차피 부정선거" 줄기권

독재 여당 87% 득표…주지사도 24곳 중 23곳 석권

지난해 마두로 대통령 3선 성공에 투표소 텅텅 비어

차베스 때부터 친정부 대법관 배치…정권 견제 '0'

선거 직전 야당 인사 체포…올 GDP 5% 감소 예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총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자축하며 수도 카라카스에 모인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독재 정권이 친(親)정부 대법관 수를 늘려 사법부를 장악한 베네수엘라의 총선·지방선거 투표율이 10%대의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이를 묵과하는 사법부에 대한 의심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를 줄지어 기권한 결과다.

AFP 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국회의원 285명을 뽑는 총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82.6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당이 24개 주지사직 가운데 23개를 차지했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이웃 나라 가이아나 땅에도 일방적으로 선거구를 신설하고 투표를 강행했다.

문제는 이 선거의 투표율이 극히 낮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인포바에 등 남미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당은 지난 25일 치러진 총선·지선의 투표율을 12.56%로 추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가 주장하는 투표율 42.6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인 것은 물론 60%에 육박했던 지난해 7월 대선 투표율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앞서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현지 여론조사업체 델포스가 시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이번 총선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유권자의 비율은 15.9%에 불과했다.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선거 당일 유권자들이 야당의 투표 거부 운동을 지지한 탓에 거리와 투표소는 텅텅 비었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 당국이 선거 시간을 1시간 더 연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AP 통신은 수도 카라카스의 많은 투표소에서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유권자보다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25일 수도 카라카스에 설치된 투표소를 지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을 지난해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해 부정선거 논란을 덮고 재집권하는 데 성공하자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접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에 따라 높은 투표 열기를 보인 바 있다. 나아가 실제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출구조사도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예견했지만 선관위는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마두로 대통령의 3선 확정을 발표했다. 이어 사법부 역시 ‘개표 결과에 문제는 없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마두로 대통령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베네수엘라 좌파 포퓰리즘 정권의 기틀을 다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다. 차베스 대통령이 2013년 재임 중 사망한 뒤 치러진 보궐선거로 취임한 이래 12년 이상 장기 독재 가도를 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라 여당은 차베스 대통령 집권기인 2004년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면서 늘어난 12명 모두를 친정부 인사로 채워 사법부를 사실상 정권 아래 뒀다.

베네수엘라 정부 2인자로 꼽히는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법무·평화부장관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퇴진 운동을 펼친 야당 정치인을 체포하는 등 반정부 활동 인사 70명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물가 상승, 화폐 가치 붕괴, 해외 산유업체에 대한 미국의 면허 박탈 가능성 등으로 베네수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선거 직후 카라카스에 모인 군중 앞에서 “이것은 베네수엘라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승리”라고 주장했다. 대선 이후 스페인으로 망명한 우루티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선거 거부는 변화와 존엄성, 미래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조용하지만 울림 있는 선언”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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