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협상에 대한 진척이 없는 채로 투자자들이 장 종료 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에 주목하면서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장중 내내 주가는 좁은 폭에서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 하락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장 종료 후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당분간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함께 시장의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2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44.95포인트(-0.58%) 내린 4만2098.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99포인트(-0.56%) 떨어진 5888.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8.23포인트(-0.53%) 내린 1만9100.94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관세 시행이 유예되면서 시장이 급등하는 등 변동성은 지속되고 있지만 4월의 공황 상태는 끝났다는 점을 시사하는 범위로 안정됐다”며 “하지만 다음 단계의 강세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추가 촉매제가 필요하다”고 시장의 흐름을 설명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발표했지만 시장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연준은 “참석자들은 성장과 고용 전망이 약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더욱 지속될 경우 위원회가 어려운 상충 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요인인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 요인인 고용 약화가 모두 일어날 수 있어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연준 관계자들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우려인 만큼 한 언론 매체는 “하품이 나는 회의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연준의 일반 직원들의 경제 전망에서 침체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대목이다. FOMC에서는 위원들의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연준 직원들이 경제 전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직원들은 이와 관련 “경기 침체 가능성이 이제 기본 시나리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다. 기본 전망은 경제가 침체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관측이지만, 관세 등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이제 침체에 빠질 가능성과 피할 가능성이 비슷해졌다고 본 것이다.
5월 6~7일 이틀 간 열렸던 FOMC는 12일 미국과 중국이 큰 틀의 관세율 인하 합의에 다다르기 전이다. 다만 연준 관계자들은 이후에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지적했던 만큼 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6월 FOMC 결과 발표에서 파월 의장의 경제 전망이 주목된다.
캐나다·유럽, 미국과 무역 협상에 속도
이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 캐나다가 수개월 내로 고율 관세를 철폐하는 새로운 양자 협정에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당국이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나 자신 모두 협상이 가을까지 장기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조립 차량, 그리고 기존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에 대해 캐나다도 약 4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협상에는 기존 USMCA에 부합하지 않는 품목에 대한 관세율이 논의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무역대표 마로스 세프코비치는 29일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루트닉, 미국 무역대표 제이미슨 그리어와 통화해 7월 9일 관세 유예 종료일 전에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EU 측은 미국과 격일로 통화하며 무역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전반적으로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긴장을 결국 낮출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울리케 호프만 부르차르디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의 상황은 실용주의가 궁극적으로 대립보다 우세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본 관측과 일치한다”며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의 불안 조짐에 대응하여 더욱 강경한 관세 정책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고성능 칩 수요 견조에 호실적…증시 낙관론 이끌까
이날 장 종료 후 실적발표에서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2∼4월)에 440억6000만 달러(60조6000억원)의 매출과 0.96달러(1320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월가의 예상치였던 433억1000만 달러와 0.93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지난해 69%늘고, 순이익도 1년 전보다 26% 증가한 149억 달러로 집계됐다.
AI 칩과 관련 부품을 포함하는 주요 사업 부문인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73% 증가한 39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 부문은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했다. AP 통신은 “엔비디아가 관세로 인한 충격을 극복하고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 속에서 또 한 번의 강력한 분기 성장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0.51% 하락한 이후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약 4% 상승 거래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당분간 뉴욕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 상승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글렌미드의 투자 전략 및 리서치 책임자인 제이슨 프라이드는 “시장이 엔비디아의 보고서를 기술 산업 전반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메인 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데머트는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낙관론을 되살리고 투자자들이 워싱턴에서 발표된 관세 및 세금에 대한 헤드라인이 아닌 AI의 힘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