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카카오모빌리티는 왜 공정위를 이겼을까[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카카오 택시가 정차해 있다. 뉴스1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22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271억원 과징금을 전부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로 규정한 행위를 법원은 ‘합리적 차별’로 판단한 것이다. 택시 호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어떻게 공정위를 상대로 완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앱에서는 두 가지 호출 방식이 있다. 가맹호출(유료)과 일반호출(무료)이다. 가맹호출은 카카오T블루 택시만 부를 수 있고, 일반호출은 주변 모든 택시가 대상이다. 그런데 일반호출에서도 가맹택시가 비가맹택시보다 우선적으로 배차를 받는다는 게 공정위의 문제 제기였다.

공정위는 ‘가맹택시나 비가맹택시나 일반호출 앱 이용약관에 똑같이 동의했으니 둘은 동등한 거래상대방이다. 차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맹택시는 별도의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목적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강제 배차를 받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각종 정책에 따라야 한다. 반면 비가맹택시는 단순히 앱 이용약관에만 동의하면 된다.

결국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는 거래조건이 다른 상대방이다. 차별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과거 골프존이 가맹수수료를 내는 가맹점에만 신제품을 우선 공급한 것을 차별이 아니라고 본 것과 같은 논리다.

공정위가 두 번째로 지적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였다. 일반호출 시장에서 90% 넘는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우대해 가맹시장까지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차별행위 이후에도 앤모빌리티, 코나투스, 브이씨앤씨, 우티 등 다양한 가맹택시 사업자들이 시장에 신규 진입했다는 점을 들어 경쟁제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사전적 우려보다는 실제적 효과를 중시한 것이다.

공정위의 시장 구분 논리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일반호출 시장과 가맹호출 시장을 별개로 본 것인데, 이는 플랫폼의 양면시장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빠른 호출이 핵심이며,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옵션을 제공받는 것이 오히려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점이 간과됐다.



알고리즘을 통한 차별의 입증도 쉽지 않았다. 알고리즘의 기술적 작동 방식과 그 결과로서의 차별적 효과 간의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명확히 입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대법원에서 역전할 가능성은 없을까. 몇 가지 반박 논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행정기관의 전문성과 정책적 판단에 대한 존중 범위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공정위의 예측·정책적 판단의 합리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둘째, 시장지배력의 사전적 규제 필요성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조사 결과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 간 월평균 수입 차이가 1.04배에서 2.21배에 달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등 관련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사후적 경쟁제한 효과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셋째, 알고리즘 거버넌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알고리즘을 통해 시장 참여자를 차별할 때, 그 기준과 과정의 공개 의무나 공정성 담보 방안에 대한 법리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플랫폼 규제의 근본적 과제는 남아있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 이것이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공정위는 판결문을 검토한 후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사건을 통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보다 정교하고 균형 잡힌 규제 프레임워크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서경In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