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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아" 美 씀씀이 줄이고, 中 가성비 챙기고[글로벌 왓]

고물가·경기불안 美 고소득층 소비 줄여

'주가상승→소비' 자산효과 역회전 우려

中도 명품·고급외식 외면, '가성비' 몰려

스벅 누른 저가커피, 100곳 폐점 식당도





팽팽한 ‘관세 대치’와 이로 인한 경기 불안 속에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양국 기업들의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주가 상승이 소비를 이끄는 ‘자산 효과’가 한계에 부딪히면서 항공·백화점 업종이 급락했고, 중국에서는 단가 높은 고급 식당·주얼리 업체 등이 부진을 겪는 반면, 저가 커피나 아울렛 등 ‘가성비’에 주목한 업종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소매점 방문객이 ‘파격가’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고(왼쪽), 로스앤젤레스의 번화가에서 한 여성이 백화점 쇼윈도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AFP·EPA연합뉴스


美 고소득층 소비 둔화… ‘역자산 효과’ 경고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17일까지 일주일간 자사 신용·체크 카드 고객들의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 사용액이 전년 대비 0.7% 줄고, 항공사는 10%, 백화점은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고가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으로, 이는 미국 내 고소득층의 소비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의 토니 스프링 최고경영자(CEO)는 “고소득 소비자들이 지출에 더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향후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여행 플랫폼 업체 '익스피디아' 역시 미국 내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실적 전망을 낮췄다.

이 같은 현상은 주가 하락과 맞물려 소비가 위축되는 일명 ‘역(逆)자산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가 강세→소비 확대→기업 실적 확대→주가 강세인 ‘자산효과’의 선순환이 역회전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상위 10%’ 부자들, 전체 소비 절반 ‘타격’


미국 내에서 고소득층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상위 10% 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절반을 담당하며, 이들의 소비는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 상승에 기반한다. 하지만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정책 이후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이 한때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미·중 양국이 관세 인하에 잠정 합의하며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지만, 고급 소비재와 여가 관련 업종 주가는 여전히 부진하다. 실제로 고급 가구 체인 ‘RH’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고, 메이시스도 30% 이상 주가가 떨어졌다. 투자 전문가들은 “오락 등 선택적 소비 업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주가 상승과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이 멈추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레저와 고가 소비 관련 업종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같은 일부 내구재 소비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한 마트에서 방문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EPA연합뉴스


中 소비자도 '가성비' 중심으로 이동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성비’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올 1분기 중국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고급 외식업체와 보석 관련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저가 커피 체인과 아울렛 매장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북경 오리 전문으로 유명한 고급 레스토랑인 ‘전취덕’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7% 감소했다. 고위 관료들의 접대 문화 단속이 이어진 데다 경기 침체가 외식 수요에 직격탄을 날렸다. 식당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대중적이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가게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석 브랜드 ‘주대복’ 역시 금 장신구 판매 부진으로 중국 본토 직영점 900곳을 1년 사이 폐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4.6% 증가에 그쳐 과거 10%대 성장과는 차이를 보였다. 호텔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고급 호텔 브랜드의 객실 가동률은 43%에 그쳤다.

저가 브랜드 약진…"심화땐 日침체 전철" 우려


이런 소비 변화는 저가 브랜드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커피 체인 ‘루이싱 커피’는 1분기 매출이 41% 늘어 스타벅스의 중국 내 매출 성장률(5%)을 크게 앞질렀다. 가격이 절반 이하인 데다 맛 차이도 크지 않다는 평이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아울렛 매장도 인기다. 왕푸징 그룹의 아울렛 부문은 4%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영화가 ‘저렴한 여가’로 각광받으면서 중국 최대 영화 배급사 매출도 증가했고, 중저가 호텔 체인 화주그룹의 경우 주요 시설 가동률이 76%를 기록했다.

시진핑 지도부에 있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의 향상은 주력 과제다. 이에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올해 중점 정책으로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전면 확대를 꼽았다. 2024년부터 가전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이구환신’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수요를 단순히 앞당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는 “젊은 세대의 실업률,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사회 보장 부담 등 미래의 불안까지 겹쳐 소비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조짐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저가 지향’이 더 심해질 경우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침체를 계기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관련 기업이 대두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할 경우 과거 ‘장기 침체’에 빠져든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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