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샷 한 번으로 공을 그린 위에 올릴 수 있도록 짧게 세팅한 파4의 15번 홀(260야드). 황유민의 티샷이 그린 위로 올라갔다. 15m 넘게 남았지만 그래도 이글 기회였다. 하지만 그 퍼팅은 그린 밖으로 흘러 버렸고 세 번째 샷으로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해 네 번째 샷 만에 다시 그린 위에 공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이글 기회가 더블보기가 되면서 한꺼번에 2타를 잃었다.
1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 주 에린의 에린 힐스 골프 코스(파72)에서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는 누구에게는 ‘무빙 데이’가 됐지만 어떤 선수에게는 ‘악몽의 날’이 됐다.
1라운드 공동 7위(3언더파 69타)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공동 12위(3언더파 141타)로 선전했던 황유민에게도 ‘무빙 데이’가 아니라 ‘악몽의 날’이었다. 더블보기 2개와 보기 7개를 범한 황유민은 버디 2개를 더해 무려 9타를 잃고 공동 47위(6오버파 222타)로 추락했다.
이날 ‘비명의 라운드’를 경험한 한국 선수는 황유민 뿐만이 아니었다. 유일한 LPGA 신인인 윤이나도 4퍼트 탓에 트리플 보기를 범하는 등 힘겨운 하루를 보내야 했다.
2번 홀(파4)에서 윤이나는 두 번째 샷으로 그린 위에 공을 올리지 못해 세 번째 샷을 핀 3m에 붙였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4퍼트가 나왔다. 첫 번째 퍼트는 1.2m 정도 길었고 돌아오는 퍼트도 1m 홀을 지나쳤다. 세 번째 퍼트마저 홀에서 반대편으로 1.2m 멀어졌고 이 퍼트를 넣으면서 트리플 보기가 나왔다. 초반에 흔들린 윤이나는 이후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더해 이날 하루만 7타를 잃었다. 공동 12위였던 그의 순위는 공동 41위(4오버파 220타)로 하락했다.
이글 기회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선수는 황유민 뿐만이 아니다. 2024 파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에스더 헨젤라이트(독일)도 15번 홀(파4)에서 한 번 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이글 퍼트가 그린 아래로 굴러 내려가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래도 헨젤라이트는 이 더블보기에다 버디와 보기를 3개씩 기록하면서 2타만 잃고 공동 36위(3오버파 219타)로 버텼다.
이날 컷을 통과한 한국 선수 10명 중 무려 9명이나 오버파를 기록하는 악몽의 라운드에 시달렸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던 전인지와 양희영은 나란히 8오버파 80타로 무너졌다. 전인지는 공동 47위(6오버파 222타)로 내려왔고 양희영은 공동 53위(7오버파 223타)로 하락했다.
임진희도 7타를 잃으면서 공동 8위에서 공동 36위(3오버파 219타)로 밀렸고 전날 공동 2위에 나섰던 김아림 역시 5타를 잃고 공동 30위(2오버파 218타)로 뒷걸음질 쳤다.
3타를 잃은 최혜진도 공동 21위(이븐파 216타)로 후퇴했고 1타를 잃은 유해란은 공동 30위(2오버파 218타)에 머물렀다. 유현조는 4오버파 76타를 치고 공동 4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단 한 명 고진영은 2언더파 70타로 선전했다. 전날 공동 43위 턱걸이로 컷을 통과했던 고진영은 버디 6개, 보기 4개로 2타를 줄이면서 공동 13위로 30계단을 뛰었다.
한국 선수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날 마야 스타르크(스웨덴)가 2타를 줄이면서 1타차 단독 선두(7언더파 209타)로 치고 올랐다. 4타를 줄인 줄리아 로페즈 라미레즈(스페인)가 단독 2위(6언더파 210타)로 올라섰고 다케다 리오, 시부노 히나코, 사이고 마오 등 일본 선수 3명이 나란히 공동 3위(5언더파 211타)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1타를 잃었지만 단독 6위(4언더파 212타)에서 역전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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