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의 활황이 펀더멘털(기초 체력)보다는 유동성과 기대 심리에 기반한 현상이라는 월가의 경고가 나왔다. 증시 상승의 주된 동력이 기업들의 실적이나 경제 지표가 아닌 유동성 과잉과 테마 쏠림에 기댄 장세라는 분석이다. 특히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현재 시장이 자그마한 방향성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2% 이상 오른 이유는 시장 전반에 퍼진 낙관론과 유동성 랠리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며 “주당순이익(EPS) 상승이 실질적인 매출 성장보다는 비용 절감, 자사주 매입 등 일회성 요인에 의존하고 있어 수익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증시가 펀더멘털에 비해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윌슨 CIO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동결 기조가 확정되면서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프리미엄이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상위 10개 종목이 시장 상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장의 종목 확산도(상승 종목 수 대비 하락 종목 수 비율)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인공지능(AI) 수혜주 테마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경고다. 그는 “현재 AI 테마는 초기 인터넷 버블과 유사한 과잉 낙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실적 기여는 아직 제한적”이라며 “하반기부터는 미국 소비 둔화, 제조업 침체, 마진 축소 등 후행 리스크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성장주, 고평가 AI 종목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고, 고배당 방어주, 헬스케어, 필수 소비재, 가치주 중심의 리밸런싱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P모건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역시 글로벌 자금들이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고 있으며, 현재 시장이 펀더멘털보다 유동성과 자금 흐름에 의해 더 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개별 종목 ETF에 대한 순매수가 최근 2주 연속 증가해 반도체·기술주 관련 펀드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은 실적 모멘텀이 뚜렷한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투자자들이 ETF와 인덱스 파생 상품을 통한 빠른 포지션 조정으로 대응하면서 시장이 ‘순간적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