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소비,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본재 산업보다 소비재 산업에 AI를 우선 도입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감바코타 국제결제은행(BIS) 신흥시장 부서 최고 책임자는 3일 한국은행이 개최한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결과가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경제주체가 AI 도입을 통해 미래 생산성 향상을 ‘예상하는 경우(예측 시나리오)’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비예측 시나리오)’로 나눠 파급효과를 각각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두 시나리오 모두 GDP와 소비,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특히 GDP는 35%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기 경로는 달랐다. 예측 시나리오에서는 가계가 미래 소득 증가를 예상해 소비를 앞당김에 따라 비예측 시나리오 대비 소비가 초기에 가파르게 증가한다. 투자 역시 예측 시나리오에서는 기업이 미래의 생산성 증가를 예측해 투자를 지연시킴으로써 초기에는 투자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별로 보면 노동 집약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AI 도입에 따른 부가가치 증가 폭이 작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을 밀어올리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져 상대적으로 자본 집약적 산업보다 생산성 증가 폭이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노동집약 산업은 여전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인건비 증가가 생산비용을 압박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소비재 산업에 AI가 집중될 경우 노동이 자본재 산업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는 연쇄효과가 나타나 경제 전체 생산성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자본재 산업에만 AI가 집중될 경우 총생산과 인플레이션 반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감바코타 책임자는 “AI 도입은 장기적으로 성장 및 투자를 제고하는 등 거시경제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으나 경제주체의 미래 생산성 예측 여부에 따른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충격과 산업 간 이질적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재 산업 중심의 AI 확산은 높은 경제적 수익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정책 수립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콘퍼런스에서 마르코 델 네그로 미국 뉴욕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구자문위원은 기후변화 대응(녹색 전환)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중앙은행 정책 결정자는 녹색 전환이 유발하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잠재성장률 달성 사이의 상충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녹색 전환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하락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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