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수위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벤처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팬덤 비즈니스를 표방하기는 하나 정부가 우수 스타트업 모범 사례로 꼽기에는 선정성이 과도하다는 점에서다. 성인 노출 콘텐츠로 매출을 올리는 플랫폼에 정부 자금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벤처 업계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선정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2025년 아기유니콘' AI·빅데이터 부문에 선정된 F사가 정작 해당 신기술 기반의 실적보다는 성인 콘텐츠를 통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던 점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중기부의 아기유니콘은 국내 투자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검증 받은 혁신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을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투자 유치 실적 2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 혹은 기업가치 300억 원 이상인 스타트업에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는 총 217개 기업이 신청해 최종 50개사를 선정, 약 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아기유니콘 기업에는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보조금 3억 원, 특별보증 50억 원, 글로벌 IR·박람회·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F사는 2018년 문을 연 팬덤 비즈니스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기존 유튜브나 숲(SOOP) 등의 플랫폼에서는 활동이 어려웠던 수위 높은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던 크리에이터들이 F사 플랫폼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해당 카테고리가 확대됐다. F사의 플랫폼에서 '셀러브리티' 탭에 들어가면 노출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100명 이상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수영복이나 란제리 차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일부 크리에이터의 경우 전라 수준으로 사실상 음란물에 가까운 영상을 올려놓기도 했다. 또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커뮤니티 내 포스팅이 아닌 메시지 등으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음란물 불법 유통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F사 측은 해당 성인 노출 콘텐츠 제공에 대해 아기유니콘 선정 심사 과정에서 모두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F사 측 관계자는 "아기유니콘 심사 과정에서 성인 콘텐츠 제공에 대한 문의가 나왔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서비스 초기 자발적으로 ‘섹시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우리 플랫폼에서 활동했었고, 이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힘들었다. 2022년 이후 자체적으로 성인 콘텐츠를 배제하기 위해 수수료율도 높이고 제재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결과 작년 기준 ‘섹시 콘텐츠’를 통한 매출 비중은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번 아기유니콘 사업에 지원했던 다른 스타트업들은 허탈하다는 입장이다. 성인 콘텐츠로 돈을 버는 플랫폼에까지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한 AI 기업 대표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우리와 다르게 성인 콘텐츠 플랫폼은 비교적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정부 지원까지 제공하는 것은 우선순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아기유니콘 사업을 주관한 중기부는 F사가 성인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당 F사의 사업 계획서 내용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아직 협약 체결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더욱 면밀히 파악하고 최종 협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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