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언어 모델인 R1 출시는 전 세계 기술 지형에 충격을 줬다. ‘딥시크 AI 전쟁’(광문각출판미디어, 지은이 배삼진·박진호)은 일명 ‘딥시크 모멘트’로 불리는 이 사건을 통해 인공지능(AI)이 국가 설계와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 변화의 중심을 다룬다.
R1은 미국 GPT-4o에 필적하는 성능을 수십 분의 1 비용으로 구현했다. 이는 AI 경쟁의 핵심이 자원의 양에서 구조의 효율성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R1은 주요 평가에서 메타의 LLaMA, 오픈AI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애플 앱스토어 전 세계 157개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며 파급력을 입증했다.
실리콘밸리는 딥시크의 등장에 즉시 반응했다. 오픈AI의 카르파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한 방식으로 최첨단 AI를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흔들리는 등 AI 기술주 전반에 긴장이 퍼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딥시크를 “GPT급 성능을 98% 저렴하게 제공한 바겐세일”이라며 기술력뿐 아니라 비용 구조와 설계 전략이 시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음을 강조했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연간 50만 명 규모의 AI 인재 양성과 4700개가 넘는 AI 기업 생태계는 중국이 ‘제2의 딥시크’를 위한 기반이 갖춰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탠퍼드 HAI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간 AI 모델 성능 격차는 1년 만에 9%에서 1%로 줄었고, 딥시크는 GPT-4 및 Gemini와 거의 동등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기술 추격이 아닌 발전 속도의 압축이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효과를 잃을 수 있음도 암시한다.
이 책은 이러한 시스템 단위 혁신을 다룬다. AI가 단순히 기술 진보를 넘어 체제를 설계하고 질서를 새롭게 쓰는 방식의 변곡점을 기록한다. 또 AI가 국가를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고, 기술이 체제를 어떻게 다시 쓰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 물음의 출발점에 딥시크가 있음을 역설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