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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트럼프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바이든처럼 트럼프 인지능력 걱정

공화당도 건강이상 보일땐 사퇴 종용

당파심·돈 아닌 국가 먼저 생각해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급격한 인지력 저하와 이를 숨기려던 측근들의 시도에 대해 칼럼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필자는 진보 진영의 독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칼럼에 달린 댓글에서 보듯 실제로 수많은 독자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은 훌륭한 대통령 아니었나. 그가 전이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글을 꼭 써야 했나. 이미 쓰러진 사람을 걷어차는 비열한 행동 아닌가. 도대체 바이든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가 뭔가. 로널드 레이건도 재임 중 노인성 치매에 걸리지 않았나. 백악관의 현 입주자는 우리의 민주적 규범을 해치면서 미치광이처럼 날뛰고 있지 않는가.

정당한 비판을 억누르려는 이런 식의 되치기 공격은 민주당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잡을 수 없고 잔인하며 때론 반헌법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도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현저히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민주당은 대중의 신뢰부터 다시 쌓아 올려야 한다.

바이든 외에 몇몇 대통령이 그와 유사한 인지력 문제를 갖고 있었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1988년 12월 있었던 레이건의 고별 기자회견을 지켜보라. 30여 분간 이어진 회견에서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종일관 정확하게 반응했다. 반면 2024년 대선 후보 TV 토론회 단상에서 바이든은 단 5분을 버티지 못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 트럼프는 허풍쟁이다. 그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허튼소리를 뿜어냈다. 그러나 이는 이전과 다름없는 흰소리일 뿐 인지력 장애의 징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령으로 접어든 트럼프의 인지 능력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 인간의 기능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인지력을 비롯한 고령자의 인체 기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필자가 대통령의 연령 제한 조항을 헌법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화당도 트럼프가 심각한 건강 이상을 보일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나이 든 이웃집 할아버지의 자동차 키를 언제 빼앗아야 할지 훈수를 두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세대를 불문하고 ‘내 핏줄’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개입을 꺼리기 마련이다.



물론 정당은 가족이 아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지니는 충성심의 강도는 대충 비슷하다.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의 재정 상태는 대통령과의 성공적인 관계에 달려 있다. 보스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당 내부의 민망스러운 계파 싸움을 촉발했다가는 또박또박 나오는 봉급과 작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컨설팅이나 강연 등 퇴직 후의 돈벌이도 힘들어진다. 바이든의 최측근 보좌진도 아마 이런 상황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건 당파심과 돈, 혹은 개인에 대한 충성심보다 국가를 우선해야 하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했을 때 공화당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듯 보였던 짧은 순간에 공화당의 일부 유력 인사들은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태를 맹렬히 규탄하고 폭동을 사주한 대통령을 강하게 질책하는 등 곧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가부장을 쉽게 퇴출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가문은 그를 중심으로 굳건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2021년 이후 필자는 이와 관련해 공화당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들 중 일부는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선거를 도둑맞은 게 아니라는 그 어떤 설명도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바이든의 건강 은폐 문제를 묵살하기 위해 요즘 민주당이 구사하는 것과 동일한 전술, 즉 “너희 쪽 사람은 문제가 없느냐”는 되치기로 응수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바이든 은폐 의혹에 대한 공화당의 갑작스러운 내로남불식 비판을 수용하기 힘들다. 재임 중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면 단연코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트럼프의 지난해 약속도 신뢰할 수 없다.

좌파건 우파건 그들이 모시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정신적인 이상 징후를 보이거나 헌법 수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즉각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끝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자신이 감내해야 할 정치적 혹은 개인적 결과에 상관없이 의회에 그의 해임을 권고하는 것이 유일하고도 타당한 수순임을 그들도 영혼 깊숙이 믿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가.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꼭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좌우를 불문하고 당신은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건 당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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