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한국 외교 노선의 변화 전망을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외교가에선 이 대통령의 취임을 한중 관계 복원의 기회로 평가하면서도, 기존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에는 뚜렷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외교 및 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보다 대중 관계에 더 전향적이지만, 안보 협력 체계의 균열까지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을 보도했다.
SCMP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중국과 북한에 보다 유화적인 성향”이라며, 이 같은 정권 교체가 미국, 일본, 북한 등과의 외교 기조 변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SCMP는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표현해 논란이 일었던 것,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일본과의 군사 협력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던 발언 등을 주목했다.
SCMP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도 중국 내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봤다. SCMP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공개된 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유사시 한국의 대응’에 대해 “외계인이 침공할 때 이야기하겠다”며 거리를 둔 것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문제’에서 한국이 불필요한 개입을 피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전 외교관 헨리 해거드는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유지하겠지만, 대만 문제는 보다 신중히 다룰 것”이라며, 경제 분야에서는 관광, 문화, 유학생 교류, 투자 등에서 중국과의 실질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을 괴롭히는 일”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석좌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순간, 대만 문제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윤 전 대통령보다 중국과의 안보 갈등에 대응하는 데 더 소극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이 대통령이 안보보다 경제 실익에 방점을 두고 대중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유세 연설에서 윤 전 대통령의 대중 도발이 “무역 관계를 해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중국도 이재명 정부가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협력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SCMP는 미국 싱크탱크 CSIS의 빅터 차 교수를 인용해 “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보다 덜 적극적이겠지만,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협력을 거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SCMP는 이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을 인정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미국이 추진할 병력 재배치나 대중 견제 강화 조치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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