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및 내수 부진에도 초고가 명품 주얼리 매출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명품 소비 트렌드가 가방이나 의류에서 주얼리로 바뀌고 있는 데다, 최근 혼인이 늘면서 예물로 럭셔리 주얼리를 찾는 수요도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백화점들도 그라프, 반클리프 아펠과 같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신규로 유치하면서 매출 확보에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하반기 중 서울 본점과 부산 센텀시티점에 그라프 매장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그라프는 영국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다이아몬드 원석의 채굴부터 커팅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반클리프 아펠과 함께 5대 주얼리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그라프 매장이 문을 열면 센텀시티점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롯데백화점 본점에 이어 5대 주얼리 브랜드를 모두 확보한 세번째 점포가 된다.
주얼리 브랜드를 강화하는 건 비단 신세계백화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달 중 판교점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주얼리 ‘포페주얼리’를 오픈한다. 7월에는 더현대 서울에 반클리프 아펠 매장을 연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이탈리아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다미아니(더현대 서울), LVMH 산하 하이 주얼리 브랜드인 레포시(판교점), 부첼라티(무역센터점) 등 신규 주얼리 매장을 잇따라 오픈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도 3월 서울 본점에 반클리프 아펠과 그라프 매장을 오픈하고 하이 주얼리 메카로 입지 다지기에 들어갔다. 기존에 입점한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에 더해 강북지역의 럭셔리 주얼리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 업계가 이같이 명품 주얼리 매장 확보에 주력하는 데는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럭셔리 주얼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올들어 5월 말까지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각각 30%, 28.5%씩 럭셔리 주얼리 매출이 늘었다. 패션, 골프 등이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럭셔리 주얼리 매출의 증가를 두고 명품 소비가 가방이나 의류에서 주얼리로 바뀐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보석의 종류와 크기, 색 등을 골라 개인 맞춤형으로 반지, 목걸이를 제작할 경우 가격은 수백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혼인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럭셔리 주얼리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혼인 건수는 1만 9181건으로 지난해 4월부터 12개월 연속 늘고 있다. 1분기 기준으로는 5만 8704건으로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혼인이 늘면서 3월 기준 출생아 수(2만 1041명)도 9개월 연속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결혼 반지뿐만 아니라 ‘출산 목걸이’로 명품 주얼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현장에서 보면 300만~400만 원 대 제품들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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