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애플페이 결제 지원에 속도를 내면서 고객들이 관련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카드사의 수익 구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카드사가 수수료를 전액 부담하는 현 구조에서는 업체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거나 다른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애플페이 확산에 따른 카드 업권 및 소비자 영향’ 분석을 의뢰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자본연은 해당 용역과 관련해 “카드회원은 애플페이 혜택을 누리면서도 비용은 부담하지 않는 구조”라며 “소비자도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카드 업계의 수익 구조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본지가 한국여신금융협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애플페이가 국내 카드 업계로 전면 확산하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총 7832억 원의 수수료가 애플과 비자·마스터카드 등에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애플은 카드사에 이용 금액의 0.15%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등록 때마다 1장당 약 1000원을 받고 있다. 비자와 마스터는 애플페이에 가상 카드 번호를 제공하면서 건당 약 29원을 받아 챙기고 있다.
문제는 현재 MZ세대를 중심으로 애플 스마트폰과 애플페이를 쓰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39%로 1년 만에 4%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자본연은 애플페이 수수료가 적격 비용으로 인정될 경우 가맹점 수수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정부 규제 아래 있어 애플페이 수수료를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MZ 고객 가운데 애플페이 이용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면서도 “가맹점에 비용을 떠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카드사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거나 일반 회원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카드사들은 소비자 혜택을 크게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페이 확산이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가맹점과 소비자가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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