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를 건너려던 30대 탈북민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8일 국가보안법위반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작년 10월 1일 새벽 파주 문산읍에서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를 향해 달렸다. 남단 검문소에서 역주행을 시도한 A씨는 군 초병의 제지 신호를 무시하고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았다. 북쪽으로 900여m 질주한 끝에 북단 초소에서 총기를 겨눈 병사들에 의해 저지됐다.
2011년 탈북한 A씨는 13년간 한국 생활 동안 고립감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서울 관악구 고시원에서 월세 미납으로 퇴거 위기에 처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주민센터를 찾아 "북한에서는 하루 이상 굶어본 적 없는데 남한에서는 일주일간 아무것도 못 먹었다"며 생활고를 호소했다.
A씨는 2023년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등병의 월북 사건을 보고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차량을 탈취해 판문점을 통해 가면 매스컴을 타고, 북한에서 남한 체제를 비판하면 용서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PC방에서 구글 어스로 판문점 위치까지 검색했다.
재판부는 "건강 악화와 경제적 어려움, 사회 고립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며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 개인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거주 탈북민은 3만4000여명이다. 정부는 하나원 교육과 정착금 지원, 취업 알선 등을 운영하지만 실질적 자립에는 한계가 있다. 언어 장벽과 학력 인정 문제로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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