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카드 브랜드인 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달러 같은 법정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를 대신할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자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윌리엄 블레어 성장주 콘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올해 핵심 사업에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비자 측은 “스테이블코인은 위협이 아닌 거대한 기회라고 본다”며 “이를 미래 통화로 간주하고 다른 기존 통화처럼 비자 네트워크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자는 2020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인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비자의 USDC 정산 규모만 누적 기준 2억 2500만 달러(약 3050억 원)를 넘어섰다. 향후 12~18개월 내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게 비자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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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기반 카드 결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비자가 크립토닷컴·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업체와 제휴해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카드의 누적 결제액은 현재 95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소비 경험이 점차 일상화하면서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와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대형 금융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해 가상자산을 배척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한국 금융사들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포함해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주요 빅테크들도 가상자산 결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 경제 매체 포춘에 따르면 애플은 올 초부터 서클과 USDC 결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 도입 계획을 내놓았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이용 확산으로 은행과 카드사를 우회해 결제하는 규모가 크게 늘고 있다”며 “변화하는 흐름에 동참할 것이냐, 아니면 뒤처지느냐의 싸움”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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