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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미반도체 오너의 무리수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자사가 개발한 TC본더 제품 앞에 서 있다. 사진제공 = 한미반도체




"곽동신 한미반도체(042700) 회장이 ASML도 못하는 일을 벌였네요."

최근 두 달간 곽 회장은 반도체 업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입방아에 올랐다.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000660)에 독점 납품하던 반도체 생산장비인 ‘TC본더’ 공급망에 경쟁사가 새로 진입하자 SK하이닉스 공장에 파견된 자사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들을 4월 철수하면서다. 기술력을 가진 ‘슈퍼 을’의 반격에 업계 뿐아니라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곽 회장의 결정이 독단적이라고 평했다.

곽 회장은 크게 두 가지를 간과하고 무리수를 뒀다. 우선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다. 반도체 공급망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최종 고객에게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사 다변화에 관심이 높다. 공급망 참여 기업간 열띤 경쟁은 불가피한 셈이다.



곽 회장은 고객사의 공급망 관리에 불만이 있더라도 엔지니어 철수 같은 감정적 대응이 아닌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야 했다. 미국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처럼 수십년 간 반도체 장비업계에서 독보적 지위를 지닌 기업도 경쟁사의 추격을 뿌리칠 선단 기술에 집중하며 고객사의 선택을 갈망한다.

더욱이 한미반도체의 TC본더는 협력의 결과물이다. 한미반도체가 뛰어난 기술로 SK하이닉스를 지원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SK하이닉스 역시 한미측 장비를 잘 활용하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을 곽 회장도 잘 알 것이다. 양사간 오랜 협력은 기업 오너의 일방적 결정으로 금이 갔고, 복구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한미반도체가 제품 판매 등에서 불리한 환경에 직면해 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곽 회장은 지난달 결국 자사 엔지니어들을 SK하이닉스에 복귀시켰고 이달 들어선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주변에 새 사무실을 열며 뒤늦게 구애작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초래한 리스크를 해결하려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조화로운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주주와 고객사를 가볍게 여긴 처신에 대해 숙고하며 한미반도체의 위상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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