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증시가 단 하루도 빠지지 않는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면서 2850 선에 안착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2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3000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시장 과열로 인한 조정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관세 유예 종료 시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점도 단기적인 관전 포인트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3.72포인트(1.55%) 오른 2855.77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3거래일 동안 15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또다시 연고점을 갱신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7.98포인트(1.06%) 상승한 764.21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즐길 수 있도록 떠받치고 있는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이었다.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상법 개정으로 인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겹치며 그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실종됐던 수급 기반이 되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8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3거래일 연속 1조 원가량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 현물을 총 3조 원 이상 쓸어담은 것이다. 대표적으로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3090억 원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고 SK하이닉스도 960억 원으로 세 번째로 많이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3000 선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 따라 허니문 랠리의 기간과 강도가 정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약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환율이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순매수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이 어느 정도 유지되느냐에 따라 이번 랠리의 기간과 폭이 정해질 것”이라며 “그동안 불안정한 정국으로 억눌려왔던 원화까지 절상이 되면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사들이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던 만큼 밸류에이션 회복만으로 3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지만 이후 추가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 실적 개선세가 확인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만큼 피로감에 의한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 둔화 우려와 더불어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노이즈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이 과열되면서 비정상적인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빠르게 반영됐지만 여전히 관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 대통령이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라고 발언한 게 전해지자 농심에 불똥이 튀었다. 농심 주가는 장 초반 상승했으나 하락 전환해 전장 대비 4.64% 내린 40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