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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작전하듯 강경 대응…'시위 불길' 시카고·워싱턴까지 번지나

■ LA 시위 나흘째 긴장 고조

주방위군 추가파견…4700명 배치

조기 진압으로 지지층 결집 포석

경찰국장 "연방군 투입 혼선 초래"

LA시장 "이민자 단속 실험" 비판

9일(현지 시간) LA 연방정부 청사 앞에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병력이 경계 활동이 펼치는 가운데 LA 경찰들이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대한 항의 시위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LA) 소요 사태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의 정예 전투 자산인 해병대 700명을 포함해 주(州) 방위군 200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전날 주 방위군 2000명이 이미 LA에 배치된 상황에서 추가 병력 동원에 나선 것으로 LA 시위 대응에 총 4700여 명이 배치되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병력 동원을 통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조기에 시위를 진압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위가 격화하며 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북부사령부는 9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 대대를 활성화했다”고 알렸다. 시위자들을 진압하는 데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2000명에 이어 정예 전투 요원들인 해병대 700명까지 투입했다는 것이다. 북부사령부는 “제1 해병사단 산하 제7 해병연대 제2 대대의 대원 약 700명은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태스크포스 51’의 ‘타이틀 10’ 병력에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며 “태스크포스 51은 국토 방어와 안보 작전에서 민간 당국, 국방부 기관과 협력하기 위해 신속한 동원 능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병대 파견에 더해 주 방위군 2000명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 겸 선임 보좌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국방부는 ICE를 지원하고 연방 법 집행관이 안전하게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추가로 2000명의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연방 복무를 위해 배치할 것”이라고 적었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병대 병력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P는 “해병대가 언제 현지에 도착해 작전을 시작할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연방 명령을 받는 해병대와 주 방위군이 직접적인 이민 단속이나 법 집행 작전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법을 발동하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무장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시위가 날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진압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시위대 중에서는 화염병을 던지거나 오토바이를 몰고 돌진해 경찰관에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찰도 시위대에 최루탄과 섬광탄·고무탄·공포탄 등을 발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호주 방송사 기자가 현장 생중계 보도 중 고무탄에 맞고 쓰러지는 모습, LA에 도심 한가운데에 군용 헬기가 날아다니는 장면 등이 올라오고 있다. 주 방위군 2000명 가운데 300명은 이미 주요 시위 지역에 배치됐다.

짐 맥도널 LA 경찰국장은 8일 밤 기자회견에서 “내가 목격한 폭력은 역겨운 수준”이라며 “사태가 시작된 후 폭력성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해병대 투입 결정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방 군 인력을 직접적인 조율 없이 투입하는 것은 중대한 상황에 혼선만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도 ICE의 강압적인 단속을 비판하며 “정부가 주 방위군에 이어 해병대까지 동원하는 것은 LA를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 실험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LA에서 시작한 시위는 인근 샌프란시스코를 넘어 시카고·워싱턴DC 등 다른 대도시까지 불붙는 모양새다. 당국에 따르면 8일 샌프란시스코의 이민국 청사 밖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도 폭력 행위 등의 혐의로 약 60명이 체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정예 병력인 해병대 동원을 두고 현지 언론은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함을 유지하는 대신 충돌을 조장하려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 근거가 없고 허위 전제에 기반을 둔 명령”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허술한 이민정책에 책임을 물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도를 넘을 수는 있지만 그에게 정치적 기회를 준 민주당도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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