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지도부가 11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사전 협의 없이 당의 개혁 방향을 논의할 의원총회를 돌연 취소했다. 김 비대위원장과 친한(친한동훈)계는 “의원들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차기 지도부 체제를 둘러싼 당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시작 약 40분 전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연기와 관련해 이날 당 차원에서 규탄 대회를 개최한 만큼 당의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의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의총에서의 이견이 당내 분열로 비칠 수 있고 결론 내지 못한 현안은 신임 원내지도부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권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원내지도부는 차기 원내대표 경선일인 16일 이전까지 추가적인 의총을 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김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 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 개최 시기 및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개혁 과제별 의총 개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친한계 의원을 중심으로도 “가능한 빨리 의총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친한계 등은 권 원내대표가 의총을 막아선 배경에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에 대한 당내 기류가 점차 우호적으로 돌아서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 등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 후보 교체 논란에 대한 당무감사, 9월 전당대회 개최 등 김 비대위원장의 쇄신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당내 다수파인 이들이 일치단결해 차기 원내대표직을 확보하면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연장을 막아낸 뒤 권한대행 체제로 입맛에 맞는 새 비대위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와 관련해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6월 30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인이 거취를 결정하지 않으면 임기대로 가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 임명 여부는 새 원내대표가 결정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에 맞서 김 비대위원장과 친한 그룹은 연합 전선을 이뤄 원내대표 경선 전 의총 개최를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재적 의원 10분의 1 이상의 요구 또는 최고위원회의 요청이 있을 때 원내대표가 소집해야 한다.
한편 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이날 권영세 비대위 체제 때 이뤄진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로의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해 당무감사에 착수했다. 이를 개혁 과제로 내걸었던 김 비대위원장도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만큼 감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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