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이번 주에 열려고 했던 국회 본회의를 연기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대통령실과의 조율 등을 통해 12일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 법안들도 일단 이번 주에는 처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본회의를 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방송3법 등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 등에서 신중론이 제기되자 13일 여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 후로 법안 처리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등 경제 쟁점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도 예상된다.
새로운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들은 “경영권을 위협하고 소송 남발을 부추길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기존 개정안에 ‘3%룰(대주주 등의 의결권 3%로 제한)’과 시행 시기를 ‘공포 후 즉시 시행’으로 앞당기는 내용을 추가해 ‘더 센’ 개정안이란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도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위인설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권의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여당 일부 의원들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사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법안을 11일 발의했다. 기업 경영과 사법 체계에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는 법안들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10~11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야당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협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협치 복원’이 빈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야당은 물론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고충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의한 뒤 쟁점 법안을 보완해 처리하거나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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