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국제 교육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 제도의 이사회 전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개입에 반발해 전원 사퇴했다.
풀브라이트 외국장학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정부가 이념이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선발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선발 과정의 무결성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국무부 일부 임명직들이 주로 연구 주제를 이유로 수십 명의 학자와 학생들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취소했고, 외국인 수혜자 1200명의 장학금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결정의 대부분은 대런 비티 국무부 공공외교 및 공공업무 담당 차관 대행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연설문 작성자로 일했지만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모인 학회에서 연설한 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물러났던 인물이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혁명’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국가가 여성과 소수자를 달래고 유능한 백인 남성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사회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미국의 국익과 무결성을 해치며, 의회가 거의 80년 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위해 설정한 임무와 명령을 훼손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승인하느니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더 많은 이들의 장학금을 거부할 수 있다”며 “이는 의회가 법령에 명시한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포함한 풀브라이트의 사명과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풀브라이트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현 이사회 12명은 모두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임명한 정치적 인사들”이라며 “풀브라이트법이 이사회에 독점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1946년 시작된 국제 장학제도로 미국과 동맹국 간 인적 교류와 문화 외교의 핵심 축으로 여겨져 왔다.
한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2026년 예산 요청서에 따르면, 교육·문화교류 프로그램 지출은 올해 6억9100만 달러에서 내년 5000만 달러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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