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열흘 만에 2조 원 가까이 불어났는데 시장에서는 대선 후 집값 상승 기대감까지 커져 대출 창구를 찾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1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이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이 1조 3000억 원 늘면서 전체 대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신용대출도 5000억 원이나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이달 은행권에서만 가계대출 증가액이 5조~6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3월 1조 8000억 원에서 4월 4조 5000억 원으로 급등했고 5월(5조 원)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는데 이달 들어 증가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것은 주담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택 거래량이 연초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월 늘어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점차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을 서두른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전 금융권의 모든 부동산 담보대출을 조이는 것이 뼈대다.
문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꿈틀대고 있어 대출 수요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3억 4543만 원으로 전월보다 1578만 원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올 1월(12억 7503만 원)부터 매달 오르는 추세다. 국내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집값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출 수요를 키우는 것 같다”면서 “주가 상승에 ‘빚투’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주담대 관리 정책이 엇갈리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최근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수요 조정에 나섰다. 반대로 신한은행은 현재 30년인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지역이나 자금 용도 등에 관계없이 40년으로 연장해 대출 한도를 늘렸다. 가계대출의 한 축을 차지하는 부동산 정책대출이 올 들어 매달 2조~3조 원 규모로 시장에 풀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연초 대비 가계대출 행태가 다소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특정 시기와 지역에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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