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 골프 간판 임성재는 유독 US오픈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여섯 차례 출전했는데, 네 차례 컷 탈락했고 최고 성적이래야 2020년 22위가 고작이었다. 더욱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 간 내리 컷 탈락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몬트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US오픈 첫날 임성재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US오픈 개최지 중 가장 어렵다고 평가 받는 악명 높은 오크몬트에서 2언더파 68타를 치고 공동 3위에 올랐다.
4언더파 66타를 치고 단독 선두에 나선 J.J. 스펀(미국)과는 불과 2타 차이다. 무엇보다 이날 한때 단독선두에 올랐는데, 그때 기록한 ‘5언더파’는 이날 임성재만 경험한 하이 스코어였다. 스펀은 버디만 4개를 잡고 4언더파 이상 치고 오르지 못했다. 뒷심이 부족하기는 했지만 이날 가장 뜨거운 샷을 날린 주인공이 임성재였다.
이날 10번 홀로 나선 임성재는 12번부터 14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는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18번 홀까지 파를 이어가던 임성재는 1번과 2번 홀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랐다. 하지만 잘 나가던 분위기는 ‘교회 의자들(Church Pews)’로 불리는 악명 높은 벙커에 발목이 잡혔다. 3번 홀과 4번 홀 페어웨이 사이에 있는 이 벙커는 길이가 100야드 이상 될 정도로 엄청나게 길다. 이 벙커 내에 있는 기다란 러프 둔덕들이 마치 교회 의자를 일렬로 정렬해놓은 것 같아 이런 애칭이 붙었다. 각 의자는 두껍고 질긴 페스큐 잔디로 구성됐고 이곳에 공이 빠지면 탈출은커녕 찾는 것조차 안심할 수 없다.
3번 홀 임성재의 티샷이 이 러프 의자들 사이 벙커에 빠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첫 보기가 나왔고 이 보기는 4번 홀 보기로 이어졌다.
오크몬트에는 또 다른 악명 높은 파3홀이 있는데, 그 곳에서도 임성재는 보기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276야드로 세팅된 8번 홀(파3)에서 우드 티샷이 벙커로 빠졌고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면서 세 번째 보기가 나왔다.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적어낸 김시우도 임성재와 나란히 공동 3위에 포진했다. 역시 10번 홀로 출발한 김시우는 전반에 2타를 줄였고 후반에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교환해 2언더파 68타 스코어를 지켰다. 김주형은 2오버파 72타를 기록해 공동 33위에 올랐고 안병훈은 4타를 잃고 공동 62위에 그쳤다.
가장 관심을 끈 두 스타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세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옥의 코스와의 대결에서 판정패했다.
셰플러는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 6개를 범해 3오버파 73타 공동 49위에 그쳤고 매킬로이도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섞어 4오버파 74타(공동 62위)에 머물렀다. 매킬로이의 더블보기는 악명 높은 파3홀인 8번 홀에서 나왔다.
이날 버디 4개를 잡고 단독 선두에 나선 스펀은 지난 3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매킬로이와 연장전 끝에 아쉽게 패했던 선수다.
트리스턴 로런스(남아프리카공화국)가 3언더파 67타를 치고 단독 3위에 올랐고 2017년과 2018년 챔피언 브룩스 켑카(미국)는 공동 3위를 달렸다. 디펜딩 챔피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3오버파 73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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