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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인류와 AI의 결합…어쩌면, 해피엔딩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레이 커즈와일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AI발전속도 '전력질주' 단계 돌입

2045년에는 질병·노화 막아주고

뇌를 업로드하는 '특이점' 도달

20년전 AI예견 커즈와일 신작

"인간은 확장돼" 초낙관론 제시

사회·윤리적 문제 해결 전제도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는 두 대의 구형 헬퍼 로봇이 등장한다. 단종돼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로 분류된 이들은 ‘로봇 요양원’에서 지내다 자신을 버린 ‘인간 주인’을 찾아 나선다. 인간처럼 학습하고 사고하며 무엇보다 자의식을 갖춘 로봇들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인간과 유사하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 머지않아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공상만은 아니다.

이같은 미래를 20년 전 내다본 인물이 바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다. 그는 2005년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인공지능의 도래를 예견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한동안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식었던 ‘인공지능 겨울’ 속에서 커즈와일은 공상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그의 과거 예측과 맞아 떨어지면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신작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통해 더욱 강력한 낙관론을 펼친다.

커즈와일은 이번 저서에서 자신이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특이점’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2029년경이면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한다.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AI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고 있다. 바둑에서는 알파고가 인간 챔피언을 이긴 데 이어 알파고 제로는 기보 없이 독학으로 바둑을 익혀 구형 알파고를 압도했다.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자연어와 기계어의 경계를 허물고 있으며 영상 판독 등 의료 분야에서도 AI는 이미 인간을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튜링 테스트(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시험)를 통과하는 AI의 등장은 이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커즈와일에 따르면 그동안 뚜벅뚜벅 진행돼온 AI의 발전 속도는 이후 ‘전력 질주’ 단계에 돌입 중이다. 2030년대에는 자율 성장형 AI와 나노기술, 3D 프린팅이 결합해 대부분의 재화를 사실상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이어 2045년께는 나노로봇이 질병과 노화를 막고 인간의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는 ‘특이점’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당초 물리한 용어인 특이점은 블랙홀 중심처럼 기존의 물리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뜻한다. 커즈와일이 말하는 기술적 특이점은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한계가 기술을 통해 완전히 초월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인간의 수명은 극적으로 연장되고 지능은 수백만 배로 확장된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몸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진화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인간의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확장된 일부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실제로 커즈와일은 ‘비욘드 봇(Beyond Bot)’이라는 로봇 회사를 창업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범용 인공지능을 탑재한 수십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머지않아 산업 현장 등에서 인간을 대신해 노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그의 낙관적 비전은 하나의 전제에 의존한다. “만약 우리가 과학적, 윤리적, 사회적, 정치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다. 그리고 그는 인공지능은 이런 과제 해결에 극적인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커즈와일은 짧은 문구로 긍정적 미래를 가정하지만 이는 결코 가벼운 조건이 아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AI 통제의 어려움, 기술 독점에 따른 불평등 심화, 인간 소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연 인류는 그의 기대처럼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존을 이룰 수 있을까.

커즈와일의 예언이 맞을지는 향후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결국 기존의 인간은 종말하고 AI와 결합된 새로운 인류가 도래한다는 그의 급진적인 주장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몰고 올 미래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 ‘원조 인공지능 예언자’의 견해는 여전히 귀 기울여볼 가치가 있다. 책 중반에 기술적인 설명이 이어지며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기술 이해도가 높지 않은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역사책이자 철학책이다. AI 기술 질주 시대에 인류가 ‘어쩌면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충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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