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 국민추천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의료대란이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복지부 장관은 의정갈등 해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추천 첫날 하루에만 1만 1324건의 추천이 접수됐으며, 복지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이재명 정부와의 정치적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질병관리청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친숙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 전 청장의 강점은 공중보건 분야의 전문성과 위기 대응 경험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소통 능력과 과학적 접근법은 현재의 의료대란 상황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의료진과의 소통 경험이 풍부해 의정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그의 배경이 주로 보건 분야에 집중되어 있어, 복지 분야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아동수당 등 광범위한 복지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복지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은 부산시의사회의 공식 추천을 받으며 의료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중증외상 치료의 권위자로, 아덴만 여명작전 부상자 치료 등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을 지낸 만큼 현장 의료진으로서의 경험과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병원장의 가장 큰 강점은 현장 의료진으로서의 생생한 경험과 의료진들과의 공감대 형성 능력이다. 의료진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인물로서, 의정갈등 해소 과정에서 의료진들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과 의료 안전망 구축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장 역시 의료 분야에 특화된 배경을 가지고 있어, 정 전 청장처럼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보건과 복지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보건도 알아야 하지만 연금이나 수당도 잘 아는, 조율이 되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총괄적 시각을 갖추고 정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정책 조율 능력, 소통 능력, 그리고 보건과 복지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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