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에 예술가로서 어떻게 떳떳하게 살 수 있는지 답을 찾고자 쓴 소설입니다.”
김주혜 작가는 17일 서울 인사동 나인트리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신간 ‘밤새들의 도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식민지 조선의 격랑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인간의 생존 본능을 그린 소설로 14개국에서 출간됐으며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 중이다. 전작이 역사를 배경으로 한 한국적인 소재였다면 신간은 한 발레리나의 예술에 대한 열망, 고통 그리고 구원을 소재로 한 보편적인 이야기다.
‘밤새들의 도시’ 집필 계기에 대해 그는 “9살에 시작한 발레는 평생 열정의 대상이었고 안식처였다”며 “편집자가 차기작을 묻자마자 발레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개인적인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집필도 빨랐다. 이틀 만에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떠올랐고 전체 집필 기간도 2년에 불과했다. 데뷔작은 6년이 소요됐다.
‘발레 소설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출판사의 반대에도 그가 고집한 이유는 예술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김 작가는 “요즘 시대에 예술은 사치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항상 한다”며 “정직한 답을 찾고자 발레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 추구하는 미(美)는 사랑과 인간애로 귀결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라며 “전쟁과 양극화의 시대에 예술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간도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영어로 쓰였고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나 9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 작가는 한국어에도 능숙하다. 그가 영어 소설을 쓰는 이유는 영어가 상대적으로 편하기도하고 본인이 추구하는 문학과 더 잘 맞기 때문이다. 그는 “영어는 언어 구조상 논리적으로 긴 호흡의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긴 호흡의 글을 좋아하는 데다 요즘같이 산만한 시대에는 문학 작품의 호흡이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가 자신의 문학에 끼친 영향도 크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의태어, 의성어가 발달한 한국어는 따뜻함, 연민이 가득한 언어”라며 “상징성이 강한 한국어는 속성상 문학적인 언어이고 이는 나의 사고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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