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후 아버지가 겪는 우울·불안·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어려움이 자녀의 사회·정서적, 인지적, 언어적, 신체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호주 디킨대학 델리스 허친슨 교수 연구팀은 미국의사협회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게재한 논문에서 출산 전후 아버지의 정신건강과 자녀의 발달 간 관계를 조사한 48개 코호트 연구를 메타 분석해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버지의 심리적 부담이 자녀의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수정 가능한 요소"라며 "출산 전후 아버지의 정신건강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것이 자녀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예방적 개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성도 출산 전후 큰 정신적 부담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증 유병률은 11%, 우울증은 8%, 스트레스 증가율은 6~9% 수준이었다.
아버지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의 영향은 영아기를 넘어 아동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전반적 발달과 언어 발달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쳤고, 인지 발달 저하와도 연관이 있었다.
반면 적응 능력이나 운동 능력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없었고, 사회·정서 발달에는 오히려 약한 긍정적 효과가 관찰됐다.
또한 연구팀은 출산 후 아버지가 겪는 심리적 어려움이 임신 전보다 자녀 발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버지의 정신 상태가 자녀의 실제 양육 환경에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아버지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준비하고, 출산 전후 겪는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녀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중요한 예방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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