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18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대해 동의하는 쪽으로 의견을 내면서 법원의 판단도 신속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에선 “서울회생법원이 이르면 23일, 늦어도 다음주 중에는 M&A 허가 판단을 내릴 것”이라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이 이번 인가 전 M&A에 힘을 싣게 된 것은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갈 시 파장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홈플러스는 직고용 임직원이 1만 9000명이 넘는데다 임차점포와 납품업체를 포함하면 상거래처도 6000곳이 넘는다. 만약 메리츠가 담보권을 행사해 홈플러스 점포들을 처분하면 전국 수십곳 지점들이 강제 폐점될 수 있다. 이 경우 이해관계자 대다수에 피해가 발생해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리츠가 청산 방향으로 의견을 내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직권으로 M&A를 허가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단 새 인수자를 찾아 채권 회수 길을 여는 게 현실적 방안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메리츠는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중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량 기업에 홈플러스를 넘기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현 최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지분 출자금 전액(2조 5000억 원)을 포기하기로 하면서 M&A 성공을 위한 판이 깔린 것도 한몫 했다.
새 최대주주의 인수 대금이 홈플러스에 전액 유입되는 게 메리츠 입장에서는 긍정적 대목이다. 이번 인가 전 M&A는 홈플러스가 인수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향후 회생 계획안에 따라 이 인수대금 중 일부는 메리츠 측의 채권 회수 자금으로 쓰일 수도 있다.
만약 우량 기업이 홈플러스를 품을 시 메리츠는 미리 쌓아둔 충당금을 다시 자본으로 회수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화·GS그룹과 쿠팡, 네이버 등을 인수 후보자로 꼽는다. 메리츠금융은 올 1분기에만 충당금 178억 원, 준비금 2255억 원을 적립한 바 있다.
예상대로 다음주 중 법원의 허가가 떨어지면 즉각 매각주관사 선임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주관사 선정은 현재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는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각자대표가 추천하면 법원이 정하게 된다. IB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측이 대형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컨소시엄에 매각 작업을 맡겨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주관사의 실사와 공개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이르면 연내 새 주인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가 전 M&A 절차에 대략 24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이번 건의 경우 M&A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큰 데다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통상적 회생 절차 M&A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전망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아직 IB 전문가들 조차 홈플러스의 적정 인수 가격이 얼마일지에 대해 쉽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채권자들이 보유한 채권액 중 총 얼마를 갚아주고 남겨둘지에 대한 판단도 다시 해야 한다. 인수 후보자마다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따라 적정 기업가치 산정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무리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높고 체질 개선에 대한 밝은 가능성을 본다고 해도 무너져가는 거함을 고액에 품는 것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1회계연도부터 영업손실로 전환한 뒤 수년 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높은 부동산 가치만 보고 덜컥 샀다가는 고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M&A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홈플러스와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