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투자 수요가 경매 시장으로 옮아가면서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경매 매물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인 매각가율의 상승은 부동산 시장 상승 기대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 수요가 매각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허 구역에서는 주택 매수자에게 1주택 보유·2년 간 실거주 등의 의무가 적용된다.
1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감정가 31억 5000만 원의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전용면적 84㎡ 매물이 42억 1533만 원에 낙찰됐다. 매각가율은 133%로 올해 들어 경매에서 낙찰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다. 한 번도 유찰된 적이 없는 이 매물에 39명이 응찰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이번 경매에서의 낙찰가는 최근 이 단지 동일 면적 매물의 실거래 가격인 34억 5000만 원을 뛰어넘는다. 재건축사업 추진에 따른 시세 상승 기대가 반영된 투자로 풀이된다.
1983년 2436가구 규모로 준공된 한보미도는 대치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상 단지다. 지난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현재 179%인 단지 용적률을 299%로 높이고 최고 50층, 3914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정비사업 계획이 수립됐다.
5월에도 두 건의 매물이 130%의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강남구 압구정현대 전용 197㎡는 감정가 72억 원에 93억 6980만 원으로 낙찰됐다. 마포구의 마포자이2차 전용 85㎡는 감정가 16억 5000만 원에 21억 5999만 원으로 낙찰됐다. 이 매물의 응찰자 수는 55명으로 올해 최다 응찰자가 몰린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5㎡ 매물의 87명 다음으로 많았다.
성동구 성수동 청구강변 전용 60㎡는 감정가 18억 2900만 원에 23억 1550만 원으로 낙찰돼 126%의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주요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시범 157㎡는 감정가 32억 4000만 원, 낙찰가 40억 8000만 원으로 매각가율이 125%다.
이처럼 토허구역 외 지역에서도 나타난 높은 낙찰가율 기록은 강남 3구와 용산에 이어 마포구·성동구·영등포구로 확산된 매매 수요 때문이다. 실거래가가 높아지면서 낙찰가와 매각가율의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 또한 향후 서울 아파트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투자 뿐만 아니라 실거주 수요도 높은 상황을 나타낸다.
앞서 지난 2월 서울시의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 해제 후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와 서울시는 3월 24일부터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아파트로 토허구역을 확대해서 다시 지정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각가율 상위 10건의 낙찰 시기를 보면 △3월에 성동구 청구강변·송파구 잠실우성 등 2건에서 △4월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강남구 청담건영·송파구 리센츠 등 3건 △5월 마포구 마포자이2차·강남구 압구정현대·강남구 삼성힐스테이트·영등포구 여의도시범 등 4건을 기록했다. 토허구역 확대 재지정 후 갈수록 매각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의 올해 1~5월 100% 이상 매각가율은 총 127건으로, 월 평균 25.4건 수준이다. 월별로는 1월 21건, 2월 16건, 3월 22건, 4월 36건, 5월 32건으로 점차 증가하면서 이달 들어서는 지난 16일까지 24건을 기록했다. 남은 기간에도 매각가율 100% 이상 사례가 잇따르면서 1~5월 월 평균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토허구역 매물은 경매로 낙찰 받으면 실거주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조건이 투자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로 공격적인 입찰가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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