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인수 절차를 최종 완료했다. 2023년 말 인수 계획 발표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19일(현지시간)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141억 달러(약 19조 5000억 원)를 투입해 US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일본제철의 연간 조강 생산량은 기존 4364만 톤에서 5782만 톤으로 증가하며, 세계 4위 규모로 도약했다. 3위인 중국 안강그룹(5955만 톤)과의 격차도 좁혔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세계 1위로의 도전을 위한 전환점”이라며 “슬로바키아에 대형 제철소를 보유한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과 유럽 양대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거래가 민간 기업 간 거래를 넘어 미국 국가안보 이슈로 확대되며, 일본제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대거 수용해야 했다. 핵심은 미국 정부에 제공한 ‘황금주(golden share)’ 1주다. 의결권은 없지만, 본사 이전, 투자 축소, 고용·생산의 해외 이전 등 주요 결정에 대해 미국 대통령 혹은 지정자의 동의를 의무화한 강력한 거부권이 담긴 특별주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번 인수가 자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에 더해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미국 내에 110억 달러(약 15조 2000억 원)를 투자하고, US스틸 본사를 피츠버그에 유지하며, 이사회 과반을 미국 국적 인사로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경영진 역시 미국인이 맡고, 일본제철 모리 다카히로 부회장이 US스틸 회장을 겸임한다.
일각에서는 일본제철이 과도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하시모토 회장은 “황금주는 우리가 먼저 제안한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투자 감시 요구를 수용한 결과”라며 “경영의 자율성과 수익성은 충분히 확보됐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NHK는 “미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에서, 일본제철이 향후 어느 정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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