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의 딜레마: 적대적 M&A와 LP 투자 리스크'를 주제로 한 전문가 토론회가 6월 18일 서울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 시도가 글로벌 연기금(LP) 투자 리스크와 동맹국 공급망 위기를 동시에 초래하면서, 한미 경제안보 동맹을 위협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한 배경에서 마련됐다.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의장국 기업인 고려아연을 둘러싼 이번 사태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미국 주요 연기금 등 북미 자금이 동맹국 기간산업의 적대적 M&A에 활용되면서, 글로벌 연기금의 수탁자 책임과 경제안보 정책 간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 특히, 중국과 연계된 MBK의 복잡한 투자 구조로 인해 기존 투자 심사 체계로는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새로운 투자 심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제를 맡은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MBK-고려아연 사례는 기업 인수·합병에서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사모펀드의 자금 출처가 어디인지, 인수 대상 기업이 국가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연기금들의 투자 수익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원 세종대학교 교수는 “공적 자금의 성격을 지닌 글로벌 연기금들이 국가 경제와 사업보국의 관점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나 온타리오교사연금(OTPP) 같은 연기금들은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투자 대상이 자국과 동맹국의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고려아연처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결정은 장기적 국가 이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법무법인 도영 변호사는 “복잡한 투자 구조와 지정학적 요인이 결합되며 새로운 유형의 법적 쟁점이 등장했다”며, “MBK와 같이 명목상 국내 펀드 형태를 취하면서 실질적으로는 해외 자본이 참여하는 복합적 구조에서는 기존 법령의 적용이 모호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기금의 투자가 자국 안보와 상충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 수탁자 책임의 법적 기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종연 메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블라인드 펀드 구조에서는 LP들이 개별 투자 건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고,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즉각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며, “특히 연기금처럼 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은 단순 투자 손실을 넘어 정치·규제적 리스크에까지 연루될 수 있는 만큼, 사모펀드 업계는 앞으로 LP 계약에 지정학 리스크 대응 조항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최경규 동국대학교 교수는 “MBK-고려아연 사례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실질적 지배자로 작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제도적 공백과 경제안보 리스크를 동시에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계 자본 연계 의혹, 불투명한 LP 구성, 쉐도우 디렉터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는 기존 법체계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새로운 지배구조 문제를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계 사모펀드의 실질 지배 여부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한국판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도입이 시급하다”며, “쉐도우 거버넌스에 대한 법적 책임 부여와 의결권 위임의 투명성 강화 또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MBK-고려아연 사례는 글로벌 투자 생태계 전환의 신호탄"이라며, "경제안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투자 규범 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동맹국 간 투자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과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를 통한 전략기업 보호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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