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통합을 두고 찢어졌던 혼다와 닛산이 협업을 다시 검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자 협업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부 토시히로 혼다 사장이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닛산과의 경영 통합은 당분간은 없지만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두 자동차 회사가 구체적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협업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도 지난달 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현재 시장 상황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으며, 혼다는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후보 중 하나"라고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닛산은 현재 미쓰비시 자동차와 공동 생산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3월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분야에서 기술 협력에 나섰다. 미쓰비시도 8월 논의에 합류했다. 지난 12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업체 동맹을 위한 합병 협상을 시작했으나, 자회사 전환을 요구한 혼다의 제안에 닛산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양사는 연초까지도 대립각을 세웠지만 4월부터 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일본을 압박하자 사업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5월에는 엔진 등 핵심 부품에도 25% 관세를 적용했다. 혼다는 미 관세 영향으로 2026년 3월로 끝나는 2025회계연도의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7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닛산도 이번 관세로 최대 4500억 엔(30억 9000만 달러)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양사는 우선 혼다가 LG그룹과 함께 북미에서 공동 제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2028년부터 닛산에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기초 기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기차(EV)의 구동 장치도 향후 사양을 통일해나갈 계획이다. 한 혼다 주주는 닛케이에 "일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수요 둔화와 고율 관세 등 사업성 악화에 시달리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가동을 앞두고 있는 켄터키 EV 배터리 공장에서 닛산에 공급할 배터리도 생산하기로 했다. 시장 수요가 줄어들자 남아도는 배터리 공장의 일부를 경쟁사인 닛산과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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